“투르크메니스탄, 파리에서 새로운 지평”…가스 외교 강화에 마크롱 만남→유럽 에너지 지형 변화 촉매되나
푸른 초여름의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정원에는 역사와 미래가 엇갈리는 바람이 스며들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은 조심스럽게 파리의 문을 다시 노크했다. 2010년을 끝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 15년 만에 이룬 공식 방문이었다. 그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만남은 천연가스 모래바람처럼 국제 지형에 잔잔한 파문을 남기고, 중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뻗어 나가는 실크로드와도 같은 에너지의 물길을 상상하게 했다.
두 정상은 도시 개발과 교육·학술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이는 단순히 제도적 만남을 넘어,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등 유럽의 첨단 방산업체들이 투르크메니스탄 이동통신 위성 공급 시작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됐다. 고요해 보이는 합의문 사이로, 여전히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가스’란 단어는 유럽 에너지 시장의 근심과 희망이 담긴 메아리로 남았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13조4천억㎥에 달하는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자원이 이제 유럽의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지금까지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는 주로 중국으로 흘렀으나, 유럽 시장을 향한 문을 두드리는 이 시장의 움직임은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을 다시 쓰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이 에너지 부문 협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으나, 이번 회담에 쏠린 국제의 관심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새로운 전략적 방향에 대한 기대이자, 유럽으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신경로를 암시하는 것이다. 유럽 각국과 증시, 에너지 업계에서는 투르크메니스탄발 변화의 신호에 귀 기울이고 있다. 원자재, 에너지, 인프라 관련 분야에 있어 중장기적으로 적잖은 파급 효과를 예고하는 흐름이다.
정치적 맥락 역시 무게를 더한다. 2022년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한 뒤에도, 베르디무하메도프 의장은 국가의 ‘그림자 실력자’로 강한 존재감을 이어간다. 그의 이번 파리 방문은 단순한 외교 행보를 넘어, 러시아-중국-유럽을 잇는 국제 에너지 질서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이 다시 한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알린다.
이제 시선은 유럽의 새로운 에너지길 모색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결단, 그리고 변화하는 중앙아시아의 힘에 모아진다. 에너지의 흐름이 어디로 뻗어갈지, 국제사회의 대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