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쇄와 짜장의 도시”…청주, 역사의 향기 속에서 미식까지 만나다
요즘 청주로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역사 도시’로만 알려졌던 곳이지만, 지금은 고인쇄 문화를 품은 박물관과 현대미술관, 그리고 독특한 맛집들까지 일상과 취향을 반영하는 여행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삶의 여유와 새로운 경험을 좇는 여행자들의 태도가 담겨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이 도시에 도착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곳 중 하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 발견된 흥덕사지 터 위에 세워진 박물관은, 신라부터 조선까지의 목판본과 금속활자본 그리고 인쇄 기구 650여 점을 오롯이 품고 있다. 관람객들은 낡은 종이에서 풍기는 냄새와 정교한 활자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선조들의 지혜와 시간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또 다른 문화의 현장,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옛 담배공장이라는 산업유산을 재해석해 만든 공간이다. 곳곳에 남아있는 공장의 흔적과 현대미술 작품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도시의 과거와 현재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곳을 둘러본 한 방문객은 “장소가 전하는 이야기도 예술의 일부처럼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청주 시민들과 외지인들 모두, 이 미술관이 가진 독특한 감도와 영감을 즐긴다.
맛집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서문돌짜장은 달군 돌판 위 짜장면으로 유명하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진한 향이 오감을 자극하며, 통오징어가 듬뿍 올려져 보는 즐거움과 식감의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신선 해산물이 어우러진 항아리 짬뽕, 넓은 매장과 충분한 주차 공간까지 갖춰져 있어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반면 성지짬뽕은 ‘뒷맛이 깔끔한 중식’을 지향한다. 조미료를 최소화해 매 끼 속이 편안하다며 단골들이 늘고 있다. 대표 메뉴인 짬뽕에 대해 한 방문객은 “국물 맛이 맵기만 하지 않고 깊고 시원해서, 다시 찾고 싶다”고 고백했다. 다양한 고기와 해산물이 어우러진 바삭한 탕수육, 채수로 맛을 낸 유니짜장까지, 차별화된 메뉴들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디저트를 원한다면 장미양과에서의 한 시간이 특별해진다. 주택을 개조한 카페 공간에 들어서면 빵과 구움과자, 케이크와 샌드위치가 매일 구워져 그윽한 냄새로 손님들을 반긴다. 청주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만난 이곳의 분위기는, 여행의 쉼표처럼 일상의 고민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이런 변화는 여행자들의 반응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청주는 아는 만큼 더 재밌는 도시”라거나 “박물관 투어와 미식 여행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지역 미식가와 현지인들 역시 “요즘 청주가 달라졌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청주 관광의 힘이 ‘역사와 현대, 도시와 자연, 다양한 미각의 공존’에 있다고 본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과거의 지혜와 현재의 감각이 만나는 라이프스타일의 장으로서 청주만의 길을 찾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청주에서의 하루는, 어쩌면 과거와 현재, 새로운 맛과 이야기가 교차하는 삶의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