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랠리 숨 고르기”…미국 뉴욕증시, 차익실현·FOMC 경계에 연말 흔들려
현지시각 기준 30일 오전,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025년 마지막 거래일을 하루 앞둔 뉴욕증시가 차익실현 매물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를 앞둔 경계감 속에 약세로 출발했다. 연말까지 이어진 이른바 산타 랠리 이후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미국 증시는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30일 오전 10시 38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3.18포인트(-0.05%) 하락한 6,902.57을 기록하며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1.84포인트(-0.05%) 내린 23,462.51,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61.6포인트(-0.13%) 떨어진 48,400.33에 거래됐다. 중소형주 지표인 러셀 2000 지수도 5.2포인트(-0.21%) 낮은 2,514.60을 나타내며 시장 전반에 매도 우위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0.12포인트(0.85%) 오른 14.32로 집계돼, 연말을 앞두고 위험 회피 성향이 다소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주 예상보다 일찍 나타난 산타 랠리 이후 미국 증시는 다소 인색한 스크루지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이 연초 대비 21% 이상 오르고 다른 주요 지수들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강세장의 막판에서 확보한 수익을 실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거래량이 줄어든 연말 특유의 얇은 수급 속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매수세를 압도해 단기적인 활력을 제약하는 흐름이다.
거시경제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구조적 불안 요인이 공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는 3분기 4.3% 성장에 이어 현재 연간 기준 약 2.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나타내며 2023년 3분기 이후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7%까지 낮아졌지만, 잭스는 관세 강화가 미국 무역 상품에 부담을 주기 시작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노동 시장에서는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반면, 신규 채용 규모가 전년 대비 약 10만 명 감소하는 등 서서히 냉각되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각) 공개 예정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 FOMC 회의록에 집중되고 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회의록이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연준 위원들 사이의 이견을 드러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가 50bp(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한 반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은 금리 동결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단기적으로는 뉴욕증시의 관망세를 부추기며 방향성 부재 장세를 심화시키는 모습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미국 증시 투자 패턴도 연말 변동성 확대 국면과 맞물려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ker)에 따르면 12월 26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82조 7,107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 대비 약 1조 735억 원 줄었다. 결제일과 집계일 사이의 시차를 감안하면 2~3일 전 매매 동향이 반영된 것으로, 현재 연말 조정 장세와의 상관관계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개별 종목을 보면 서학개미 포트폴리오 비중이 가장 큰 테슬라의 26일 기준 보관금액은 9,178억 원 감소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장초반 0.91% 떨어진 455.44달러에 거래되며 연말 차익실현 압력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투자자의 매도세가 글로벌 차익실현과 겹치며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인공지능(AI)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같은 날 보관금액이 2,537억 원 늘면서 서학개미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확인됐다. 그러나 30일 장초반 엔비디아 주가는 0.21% 하락한 187.82달러에 거래돼, 개인 투자자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의 기술주 경계 심리가 주가 반등을 제약하는 분위기다. 브로드컴과 뱅가드 S&P 500 ETF에도 자금이 유입됐지만 장초반 보합권 또는 소폭 약세에 머물러 개인 매수세만으로는 뉴욕증시의 전체적인 하락 압력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고위험 투자 상품에서는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 지수 상승에 세 배 레버리지로 베팅하는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SOXL)는 26일 기준 보관금액이 소폭 줄었지만, 30일 장초반 주가는 0.75% 상승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반대로 테슬라 강세에 1.5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TSLL)는 26일 보관금액이 1,796억 원 급감한 뒤 이날 주가도 1.75% 떨어져 투자 심리 위축을 보여줬다.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서학개미의 포지션 조정이 연말 조정 장세에서 한층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찬반이 엇갈리는 연준의 향후 행보는 뉴욕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9월 이후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뒤 2026년에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점도표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찰스 슈왑은 회의록이 왜 연준 당국자들이 완만한 인하 경로를 선호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점도표는 내년 단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을 시사하는 반면, 채권시장은 2~3회의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어 관점 차가 존재한다. 쿠퍼 하워드 채권 리서치 디렉터는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상회하고 노동 시장이 둔화 중이지만 급락 국면은 아니라면서, 연준이 느린 속도로 점진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도 뉴욕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찰스 슈왑은 중동과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고 있고, 중국(China)의 제조업 지표가 8개월 연속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을 밑돈다고 짚었다. 이는 특히 반도체와 기술주에 투자 심리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에너지 섹터는 1.0% 상승하며 강세를 보인 반면, 소재 섹터는 1.0% 하락해 업종 간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웰스파고는 또 한국의 11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6% 증가에 그쳤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 감소했다고 언급하며 아시아 제조업 중심국의 둔화가 글로벌 수요 위축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 지표는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였지만, 연준 정책을 둘러싼 인플레이션 우려를 되살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11월 잠정 주택 판매는 전월보다 3.3% 증가해 깜짝 반등했고,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도 1.1% 올랐다. 이는 매도자 입장에서는 호재지만, 주거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해 물가 둔화를 기대하는 금융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주택 시장의 탄탄한 흐름이 연준의 긴축 성향 유지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관측이 국채 금리 하락 폭을 제한하고 주식시장의 상단을 낮추는 복합적인 영향을 낳고 있다.
환율 환경 역시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12월 3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44.7원으로 전일 대비 10.2원 상승했다. 달러 강세와 글로벌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기존 보유 자산에 대해서는 환차익이 발생해 주가 조정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서학개미에게는 높은 환율 수준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별 종목 뉴스도 장중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메타 플랫폼은 월스트리트저널이 메타가 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 인수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한 뒤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장초반 1.29% 반등해 667.17달러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은 9만 달러 선을 넘지 못한 채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양자컴퓨팅 관련주인 아이온큐는 1.38% 오른 45.88달러를 기록하며 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연말 뉴욕증시는 펀더멘털의 급격한 악화보다는 시기적 요인과 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얇아진 거래량 속에서 작은 뉴스에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단기적인 심리 쏠림이 자산 가격을 과도하게 움직일 위험에 대한 경계가 요구된다.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연준 회의록 공개와 내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을 좌우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