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성명 원칙 여전”…트럼프, 북미 협상 의지 재확인
북한과 미국을 둘러싼 새로운 정치적 기류가 포착됐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가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주목하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의 합의 원칙을 거듭 확인하며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의지를 밝혔다. 이를 두고 한반도 비핵화, 역내 안보 구도에 대한 미묘한 신경전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세스 베일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 대행은 현지시간 7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연례 브리핑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담화 등 북한 지도부의 고위급 메시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 모두 북한과의 외교와 관여에 대한 헌신을 보여줬다”고 덧붙이며 양국 정부 모두 한반도 긴장 완화와 외교적 교섭에 강조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미국이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을 인정할 경우 새로운 접촉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비핵화 협상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미국이 기존 비핵화 원칙에서 한발 물러선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북측이 군축 혹은 군사적 위험관리 등 한정된 의제에서만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국방 분야에서도 북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언급됐다.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미군 장병 유해 송환이 한미 간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북한 측에 분명히 밝혔다”며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시작 이래, 이러한 정책 목표 실현을 위한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이라고 평가해 미측의 대화의지엔 변화 없음을 시사했다. 존 노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역시 “한국과의 동맹은 역내 억제력 복원에 핵심”이라면서, “한국군의 기여로 한반도 평화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김여정 부부장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자, 한미동맹 및 역내 군사·외교 협력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 무역 합의에 이어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안보·경제 협력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것 역시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론과 미국의 단계별 대응 사이에 불씨가 있는 만큼, 한반도 정세가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북미의 공식 채널 재가동 여부와 한미, 북중 간의 외교적 셈법 변화가 국제 안보 질서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은 북미 협상 의제와 실무 접촉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정부는 유해 송환 등 인도적 교류와 함께 단계적 신뢰 회복 방안을 지속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