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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나르시클라신”…국립암센터, 항암제 내성 돌파 원리 규명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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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유래 성분이 항암제와 병용될 때 암세포 사멸을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국립암센터는 수선화과 식물인 상사화에서 추출한 성분 ‘나르시클라신’이 항암제 ‘시스플라틴’과 함께 투여될 때 폐암세포의 자멸을 촉진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실(in vitro) 및 동물모델 검증을 통해 기존 항암치료 내성 문제를 극복하고, 부작용 최소화에 기여할 천연물 병용 전략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폐암 치료 경쟁의 분기점’으로 분석한다.

 

연구는 국립암센터 암전이연구과 윤경실 박사팀이 주도했다. 핵심은 나르시클라신과 시스플라틴 병용 시 암세포 내에서 사멸 유도 단백질 ‘NOXA’의 발현이 급증하고, 반면 생존 보조 단백질 ‘MCL1’은 현격히 감소한다는 점이다. ‘NOXA’는 암세포 아포토시스(세포 자살)를 유도하고, ‘MCL1’은 암세포 생존을 강화한다. MCL1은 심장이나 간 등 정상조직에도 필요하지만, 과발현될 경우 항암 내성과 직결된다.

윤경실 박사팀은 고형암 환경을 모사한 3차원 종양편구(오가노이드) 모델과 동물실험을 활용해 단계별 작용 원리를 제시했다. 세포 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나르시클라신이 MCL1 합성을 억제하고, 여기에 시스플라틴이 결합하면서 NOXA 발현이 가속화된다. 그 결과, MCL1이 분해·소멸돼 암세포가 스스로 사멸하는 경로가 열린다. 기존 항암제 단독요법 대비 세포독성 효과가 크게 높아진 것이 병용전략의 핵심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한의약진흥원 천연물 라이브러리 등 산·학 협력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경쟁적으로 ‘천연물+항암제’ 병용 치료연구가 진행 중인 글로벌 의약분야에서 국내 독자 천연물 활용에 의의를 더했다. 미 항암제시장에서는 유전자 기반 표적 치료와 병행해 내성방지 약물 조합이 활발히 개발 중이다.

 

항암제 병용에 대한 임상 진입과정과 규제 환경도 주목된다. 천연물 병용요법은 신약에 준하는 안전성·유효성 입증 절차가 요구돼, 식약처 등 규제기관 심사가 필수다. 전문가들은 “천연물이 암 치료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실증’ 축적이 관건”으로 본다.

 

윤경실 박사는 “나르시클라신 활용 병용 치료는 기존 약물 내성 문제와 부작용을 모두 낮추며, 특히 폐암 환자의 생존률 향상과 삶의 질 증진에 실질적 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세포 및 분자 생물학 레터(Cellular & Molecular Biology Letters)’ 2025년 5월호에 게재됐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치료 현장에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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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나르시클라신#시스플라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