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을 선점하라"…씨젠, 프랑스법인으로 분자진단 공략
분자진단 기술을 앞세운 글로벌 영업 경쟁이 유럽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분자진단 기업 씨젠이 프랑스에 8번째 해외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내 직접 판매 거점을 확대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이탈리아와 독일에 판매법인을 운영해 온 만큼, 이번 프랑스 법인 설립이 유럽 분자진단 시장 재편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씨젠은 최근 프랑스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현지 영업 강화에 나선다고 5일 밝혔다. 프랑스 법인은 이탈리아, 독일에 이은 세 번째 유럽 판매법인이자, 전 세계적으로는 8번째 해외 판매법인이다. 씨젠은 해당 거점을 통해 기존 대리점 중심 구조보다 한 단계 진화한 직접 영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 등에 따르면 프랑스 분자진단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유럽 전체 분자진단 시장의 약 15퍼센트를 차지하는 규모로, 독일 19퍼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단일 국가 시장이다. 특히 프랑스는 성매개감염과 소화기질환 영역에서 분자진단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씨젠의 주력 포트폴리오와 맞물리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분자진단 기술은 유전자나 병원체의 핵산을 직접 분석해 감염이나 질환 여부를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판별하는 방식이다. 기존 면역진단보다 낮은 농도의 병원체도 찾아낼 수 있고, 감염 초기 단계에서도 정확도가 높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 수요가 높은 성매개감염과 소화기질환 진단은 다양한 원인 병원체를 한 번에 분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다중 검출 기술에 강점을 가진 기업에 유리한 구조다.
씨젠은 그간 축적한 다중 분자진단 기술과 호흡기질환, 자궁경부암 등으로 확장된 제품군을 앞세워 프랑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프랑스 내 의료기관과 검사실에서는 감염병 진단의 정확성과 처리 속도, 검사당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어, 자동화 시스템과 통합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부각되는 구도다.
프랑스 분자진단 시장은 민간 의료기관과 검사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적 의료보험 체계와 병행해 민간 시장에서의 서비스 경쟁이 활발한 만큼, 제품 라인업과 더불어 현지 맞춤형 공급, 기술 지원, 애프터서비스 등이 실제 도입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씨젠이 법인 설립을 통해 영업과 서비스 기능을 현지에 직접 구축한 것도 이 같은 수요 구조를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씨젠은 94개국 90개 대리점을 통해 글로벌 판매망을 운영해 왔다. 이번 프랑스 법인 설립은 대리점 네트워크에 더해 핵심 시장에는 직판 거점을 배치하는 이원화 전략으로 읽힌다. 유럽 내에서는 이미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법인을 통해 직접 영업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프랑스가 합류하면서 서유럽 주요 분자진단 수요국 대부분에 직접 접점이 생긴 셈이다.
유럽 분자진단 시장은 미국과 함께 글로벌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감염성 질환뿐 아니라 암, 자가면역질환, 만성질환까지 검사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분자진단 인프라가 대폭 늘어난 뒤, 이제는 해당 장비와 플랫폼을 다양한 질환 패널로 확장하는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은 이미 현지 법인과 연구 거점을 통해 병원 및 검사센터와 밀착 협업 체계를 구축해 왔다.
씨젠은 프랑스 법인 설립으로 현지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성능 고도화와 신규 패널 개발을 위한 시장 피드백도 직접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특히 민간 주도 시장 구조에서는 가격과 기술 스펙뿐 아니라 실제 운용 편의성과 서비스 응대 속도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지 인력과 조직을 중심으로 한 밀착형 지원 체계 구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대호 씨젠 글로벌비즈니스총괄 부사장은 법인 설립과 함께 현지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지 경험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 영입을 통해 프랑스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단순 판매 거점이 아니라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프랑스 법인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씨젠의 이번 행보가 유럽 내 분자진단 경쟁 구도를 한층 가속할 변수로 보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주요국에서 직접 판매망을 확보한 기업과, 여전히 대리점 위주 체계를 유지하는 기업 간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국가별 보험제도와 규제 환경 차이에 따라 제품 허가와 수가 적용 속도가 좌우되는 만큼, 현지 법인의 정책 대응 역량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씨젠은 향후 프랑스 법인을 교두보 삼아 유럽 내 미개척 시장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씨젠이 프랑스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국내 분자진단 기업의 유럽 직접 진출 전략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