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수요에 공급 한계”...마이크론, 호실적·투자 확대에 주가 급등 vs 오라클 AI센터 불확실성에 급락
17일(현지시각) 미국(USA) 증시에서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마이크론)는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실적과 전망을 내놓으며 시간외거래에서 6%대 급등한 반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프로젝트에 불확실성이 불거진 오라클(Oracle)은 5% 넘게 하락하며 기술주 전반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이번 움직임은 AI 호황 속 메모리 공급 부족과 대형 인프라 투자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마이크론은 이날 2026회계연도 2분기(2026년 12월~2027년 2월) 매출을 183억~191억달러로 제시했다. 같은 기간 시장 컨센서스였던 144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8.22~8.62달러로, 시장 예상치 4.71달러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앞선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실적에서도 마이크론은 매출 136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분기 조정 EPS는 4.78달러로, 시장 전망치 3.95달러를 상회했다. 정규장에서는 주가가 3.1% 하락 마감했지만, 호실적과 공격적인 성장 전망 발표 이후 오후 7시 기준 시간외거래에서 6.7% 상승으로 돌아섰다.
마이크론의 강세 이면에는 AI 붐을 기반으로 한 메모리 수급 타이트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공급 부족과 함께 지속적이고 강한 수요가 겹치면서 시장이 타이트한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수급 환경이 2026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핵심 고객사들의 수요 가운데 50%에서 3분의 2 정도만 충족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공급 능력 확대를 위해 투자 규모도 키우고 있다. 2026회계연도 자본지출(설비투자) 전망치는 기존 18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직전 회계연도 130억달러에서 한 단계 더 늘어나는 셈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공급 확대와 필수적인 투자 집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AI용 고성능 칩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주요 업체로,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대표 수혜 종목으로 꼽혀 왔다. 회사 측은 AI 칩 수요 급증 여파로 범용 메모리 반도체도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 환경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HBM 중심 업황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AI 인프라 경쟁 속에서 마이크론의 전략적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반면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의 경우,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영국(UK)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라클이 미국 미시간주에서 추진 중인 1기가와트(1GW) 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핵심 투자자인 사모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의 이탈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AI 인프라 투자 과열과 자금 조달 부담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오라클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회사는 입장문에서 “개발 파트너인 릴레이티드디지털이 최적의 금융 파트너를 선정했으며, 이번 경우 선택 대상에 블루아울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 관련 최종 협상은 기존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라며 데이터센터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심리는 빠르게 위축됐다. 오라클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5.4% 급락하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오라클 사례가 고금리 환경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프로젝트의 금융 구조가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의 이탈이나 조건 변경 가능성이 프로젝트 전체 일정과 수익성에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라클 관련 악재와 더불어 AI 설비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 기술주 전반에도 매도 압력이 강해졌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이날 418.14포인트(1.81%) 하락 마감해 기술주 중심 시장의 조정을 반영했다. AI 및 반도체 대표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3.8% 떨어지며 반도체 업종 변동성이 확대됐음을 보여줬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AI 관련 투자 흐름은 마이크론과 오라클의 엇갈린 사례로 요약되는 분위기다. 메모리·HBM 중심의 공급 부족과 AI 호황이 마이크론을 비롯한 일부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을 견인하는 한편, 오라클 사례에서 드러난 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기술주 전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가 일각에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초기 고성장 단계에서 비용 부담과 수익성 검증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AI 칩과 메모리 공급업체에는 단기적으로 수혜가 집중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운영과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막대한 설비투자비와 전력 비용을 어떻게 수익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투자 구조가 금융 환경 변화에 민감한 만큼, 자본 조달 방식과 장기 계약 구성이 향후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메모리 및 HBM 공급 부족 장기화 전망은 미국과 중국(China)을 비롯한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정책, 보조금 경쟁, 수출 규제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마이크론과 오라클의 상반된 주가 흐름이 AI 시대 글로벌 기술·자본 흐름의 새로운 분기점을 예고하는 신호인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