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죽음의 여름 훈련”…이나현, 하얼빈 아시안게임 2관왕→올림픽 스타 도전
스포츠

“죽음의 여름 훈련”…이나현, 하얼빈 아시안게임 2관왕→올림픽 스타 도전

장예원 기자
입력

첫 한 마디엔 농담이 묻었지만, 이나현의 눈빛엔 성장의 진지한 각오가 힘있게 맺혀 있었다. 다가오는 여름, 지독한 훈련을 앞둔 모습은 얼음장처럼 적막했고, 그 결의는 수면 아래 감춰진 물살 같았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기대주 이나현은 “빙상선수에게 여름은 겨울 결실의 준비기”라 말하며 깊은 한숨과 함께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나현은 지난해 첫 학교 합숙을 경험한 뒤 올해 더 강도 높은 훈련에 직면하고 있다. 그 속에서 적응력과 체력을 모두 끌어올리려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나현은 “더 힘들겠지만 지난해보다 알차게 보내고 싶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100m와 팀 스프린트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까지 거머쥔 이력은 그의 발전곡선을 뚜렷하게 비춘다.

“죽음의 여름 훈련”…이나현, 하얼빈 아시안게임 2관왕→올림픽 스타 도전 / 연합뉴스
“죽음의 여름 훈련”…이나현, 하얼빈 아시안게임 2관왕→올림픽 스타 도전 / 연합뉴스

전 종목 메달이라는 성취는 올림픽 무대를 겨냥하는 의지로 이어졌다. 짧은 휴식기 동안 에너지를 채운 이나현은 이제 다시 한계 돌파를 위한 체력 훈련에 몰두한다. “부산 여행도 다녀오고 푹 쉬었지만, 막상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 정말 힘들다”는 솔직한 소회에는 현실의 무게와 청춘의 고집이 함께 섞여 있다. 훈련법도 한층 세분화됐다. 체력과 웨이트, 쇼트트랙식 코너링 등으로 힘과 기술을 동시에 쌓는 중이다. 이날만 해도 이나현은 지상훈련과 쇼트트랙 드릴에 3시간 가까이 힘을 쏟았다.

 

압박 속에서도 때로는 가벼운 일화가 웃음을 자아낸다. 달리기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은 이나현은 육상교수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고 에피소드를 전했을 만큼 지상훈련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이나현의 변화도 뚜렷했다. 그는 “이전엔 빨리 타는 것만 생각했는데, 올해는 자세, 코스, 경기 운영 모두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시즌 초 성적에 흔들렸지만 이를 딛고 메달을 거머쥔 과정은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인 자부심이었다고 털어놨다. 반면, “100m 기록을 더 단축해야 하고, 컨디션 관리에 노력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목표도 명확히 밝혔다.

 

기록에서도 성장의 흔적은 확연하다. 이나현은 세계선수권 500m에서 38초122로 8위, 시즌 전체 랭킹 16위를 기록했으며, 월드컵 3차 대회에서는 37초44로 6위에 올랐다. 기대했던 꾸준한 톱클래스 성적에는 못 미쳤으나, 자신이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을 더 큰 동기로 삼았다.

 

스피드스케이팅 팬들의 관심은 여름 지옥훈련의 결실이 올림픽 시상대에서 어떤 빛으로 맺힐지에 쏠려 있다.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으로 무장한 이나현은 성장의 궤적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ISU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 중요한 국제무대와 올림픽 티켓 경쟁이 펼쳐질 이번 시즌, 이나현이 쓰게 될 새로운 기록 한 줄이 기다려진다.

 

한 계절을 정직하게 지나치며, 한계를 넘어서는 반복의 시간. 이나현의 훈련에는 상처가 선물이 되고, 고독이 꿈이 되는 순간이 숨어 있다. 그의 질주에는 내일을 견디는 청춘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무대를 향한 이나현의 역주는 시린 겨울을 지나 또 다른 영광의 계절로 연결될 예정이다.

장예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나현#하얼빈아시안게임#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