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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50톤 온체인화”…아이티센글로벌, 디지털금 금융 생태계 노린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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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는 실물자산 토큰화 기술이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과 달리, 금과 같은 실물 기반 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기는 시도가 안전자산 수요와 맞물리며 새로운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이티센글로벌의 대규모 금 토큰화 계획을 RWA 경쟁의 본격적인 분기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아이티센글로벌은 향후 5년간 총 50톤 규모의 실물 금을 온체인 자산으로 발행해, 약 10조원 규모에 달하는 디지털 금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22일 공식화했다. 발표는 부산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부산 블록체인 위크 2025 행사에서 이뤄졌으며, 실물자산 토큰화 전략의 중심에는 금 기반 디지털 자산 케이골드가 배치됐다.  

행사에서 발표를 맡은 이상윤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 대표는 지금의 흐름을 가치의 디지털화 국면으로 규정했다. 그는 자산을 디지털로 모사하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실물 자체가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RWA는 신뢰가 생명인 시장인 만큼 기초 자산 선택이 결정적이라며 금을 첫 타깃으로 삼은 배경을 언급했다.  

 

아이티센글로벌이 금에 주목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국가와 시장이 결국 회귀하는 자산이 금이라는 점에 있다. 통화정책, 지정학 리스크, 각종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금은 일종의 궁극적 담보 역할을 해왔다. 회사 측은 이런 특성이 온체인 자산에도 그대로 투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서 검증된 금이야말로 RWA 시장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기초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케이골드는 한국금거래소가 실물로 보관 중인 금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금 토큰이다. 단순히 금 가격에 연동된 가상자산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금의 유통, 검수, 정제, 보관, 거래 전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공급망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블록체인 상의 토큰과 오프라인 실물 자산 사이의 불일치, 프루프 부족 같은 RWA 고질 과제를 풀기 위해 그룹 차원의 공급망을 온전히 연결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됐다.  

 

실물자산 토큰화에서 가장 큰 기술·사업적 난제는 신뢰 가능한 공급망 확보다. 어느 지점에서 실물과 토큰이 분리되거나, 위조·이중 담보 문제가 생기는지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티센글로벌은 한국금거래소가 가진 국내 최대 금 유통망과 정제·검수 인프라, 그리고 신탁 구조를 결합해 이 구간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금의 입고부터 토큰 발행, 거래, 상환에 이르는 전 단계에 디지털 트래킹을 입히는 구조다.  

 

아이티센글로벌은 향후 5년간 50톤 규모의 금을 순차적으로 온체인화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에서 단일 기업이 제시한 RWA 발행 계획 가운데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케이골드를 단순한 보유형 자산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활용 가능한 핵심 금융 상품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국제 기준을 고려한 수탁 구조, 외부 감사, 투명한 리포팅 체계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케이골드는 단순 투자 수단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온체인 예치 서비스, 담보 대출, 파생형 금융상품과의 연계를 포함하는 디지털 금 금융 서비스 생태계가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는 실물 금에 상응하는 토큰을 보유하는 동시에, 이를 예치해 이자를 수취하거나, 담보로 맡겨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의 이용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금을 금고에 보관하며 가격 변동에 따른 자본 이득만 노릴 수 있었다면, 디지털 금 구조에서는 안전자산을 유지하면서도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 같은 모델은 그룹 내 이미 구축된 인프라 시너지가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금 유통 체계를 보유하고 있고, 신탁 구조는 제1금융권과 유사한 신뢰 수준을 목표로 설계됐다. 여기에 실물 금 거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이 접점을 제공하면서, 실물·디지털·금융이 하나의 유기적 생태계로 묶인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아이티센글로벌은 케이골드가 시장에 안착한 이후에는 원자재, 부동산 등 다른 실물 자산으로 RWA 대상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데이터 기반 RWA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는다. 주식, 신용도, 거래 기록은 물론이고 기업 운영 데이터까지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토큰 단위로 유통하는 방향을 겨냥했다. 여기서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참고 정보가 아니라, 소유권과 수익 배분이 가능한 독립 자산으로 취급되는 구조가 상정된다.  

 

데이터 기반 RWA 전략은 AI와 플랫폼 경제와도 맞물린다. 고품질 데이터가 생성·축적될수록 AI 모델의 성능이 고도화되고, 이를 다시 금융과 산업 서비스에 재투입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아이티센글로벌은 데이터가 자산이 되고, 이 자산이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신뢰 인프라와 토큰화 기술을 갖춘 인프라 사업자의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RWA 시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규제·제도 논의가 막 시작된 단계에 가깝다. 실물 담보 검증, 수탁 구조, 투자자 보호 장치를 둘러싼 각국의 규제 방향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이 증권성 토큰, 가상자산, 실물담보 토큰 간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상품 설계와 판매 채널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실물 기반 토큰이 예금·펀드·파생상품과 어떤 규제 카테고리로 묶일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이티센글로벌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기, 석유화학, IT 기술이 서비스 혁신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가치 그 자체가 디지털화되며 경제 구조를 바꾸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에서 출발해 실물자산과 데이터 전반을 하나의 RWA 인프라로 연결,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대규모 금 토큰화 전략이 실제 금융시장에 안착해 새로운 안전자산 투자 패러다임을 열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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