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거부하면 대장동 공범 시인"…나경원,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 당론 발의
대장동 개발 비리를 둘러싼 여야 충돌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검찰의 항소 포기 이후 수천억 원대 범죄 수익 환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소급 적용을 전제로 한 특별법을 꺼내 들며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12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을 소급 적용해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국민의힘 당론으로 추진됐으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2010년부터 발생한 모든 범죄 수익을 추적·환수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특히 소급 적용 근거를 분명히 적시해 과거에 발생한 이익까지 환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재산은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어,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환수 범위를 크게 넓혔다.
환수 수단도 대폭 강화됐다. 법안은 국가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특례를 두고,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고 손실과 부당 이익을 동시에 겨냥한 강경한 설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입법 추진 배경에는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여권 내부의 불만이 자리한다. 앞서 대장동 사건 1심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7천814억 원의 추징금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이 가운데 473억 원 추징만 선고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남은 수천억 원대 이익이 사실상 피고인들에게 귀속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당에서 제기돼 왔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강도 높은 협조 압박에 나섰다. 나 의원은 이날 입장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정권은 대장동 일당의 8천억 원 도둑질 범죄수익을 환수할 이번 입법에 조건 없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 법안을 거부하면 이는 이 대통령이 8천억 원 도둑질의 수뇌라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며 민주당 전체가 대장동 범죄 공범임을 국민 앞에 시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특별법을 대장동 의혹의 정리 국면이 아니라 2차 검증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여당 내부에서는 의혹의 실체 규명과 함께 범죄수익 환수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 프레임과 위헌 소지 등을 들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소급 입법과 재산권 침해 논란을 둘러싼 법리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소급 입법은 엄격한 요건 아래 제한적으로만 허용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여당은 대규모 부패 사건에 대한 예외적 조치라고 주장할 태세여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헌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쟁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논의와 상임위 심사를 거쳐 법안 처리 여부를 가리게 된다. 여야가 대장동 책임론과 소급 입법 논란을 매개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특별법 논의는 내년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