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0억달러 한도 관철”…김정관, 한미 투자 MOU 협상 성과·뒷이야기 밝혀
경제안보 전략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이 14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한미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 서명과정의 후일담을 밝히며, 협상 과정과 성과 평가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한미 MOU의 연간 투자 한도가 200억달러로 설정된 점, 문구 및 조건에서 일본과의 협상결과와의 실질적 차이 등 한국 정부의 입장과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정관 장관은 “처음에 시작은 훨씬 더 높은 선에서 미국과 논의가 진행됐지만, 끝까지 버텨내 연간 200억달러 한도를 관철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시장에 대한 고려를 양국 정상이 인정해 합의문(팩트시트)에 넣은 점도 가장 큰 의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일 투자 MOU와 비교되는 한국 측 유리점에 대해 김 장관은 “한국은 투자 프로젝트 매니저를 한국인 또는 한국 기업으로 두도록 명시했으나, 일본은 그런 구절이 없다”며 “상업적 합리성 등의 문구 삽입 등 선정 기준에서도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일 MOU에 특정 프로젝트(알래스카 LNG)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데 비해, 한미 MOU에서는 ‘에너지’ 등 보다 포괄적 표현을 사용한 점 역시 차이로 설명했다.
투자 방식의 디테일에서도 차별성이 부각됐다. 미국 측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 김정관 장관은 “2029년 1월까지 투자금을 모두 납입하는 방식이란 미일 방식과 달리, 한미 MOU는 그 시점까지 투자대상 선정을 완료하는 내용으로 접점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불공정 논란에 대해선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김 장관은 “이(MOU) 중에 공정한 내용이 어디 있느냐.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다. 이해해 달라”며, 미국 측이 투자금 미납 시 이자 수취 등 예외적 조건을 내세운 사정과, 투자 수익의 5대 5 배분 구조 등 한미간 부담구조 불균형에 속내를 내비쳤다. 상환 이자율이 일본보다 높다는 지적에는 “한국이 오히려 수익 측면에서 유리한 디테일이 있다”고 답변했다.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는 품목마다 발효일이 달라진 배경에 대해 “미국 측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 시점이 반도체와 다른 의약품 등에서 복잡해, 여러 기준이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이날 오후 김정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화상회의로 MOU에 최종 서명했다. 김 장관은 “서로 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화상으로 악수, 허그까지 한 뒤 전화로 회의를 마무리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스코틀랜드까지 날아가 협상장을 찾았던 일”이라고 밝혀 협상의 치열함을 실감케 했다.
러트닉 장관에 대해 김 장관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감명 깊은 애국자였다. 나 역시 덩달아 각오를 다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미 투자 MOU의 디테일을 둘러싼 정보와 평가가 공개되자 경제계와 정치권 역시 첨예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공정 조항 논란에 대한 여론과 더불어, 대미 투자정책의 파급 효과에도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향후 MOU 이행상황과 투자 프로젝트의 선정과정에서 투명성과 국익 관점의 관리 원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책의 본격적 실행과 국회 내 추가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