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합대상포진백신 국산화 시동…차백신연구소 임상2상 진입
재조합 단백질 기반 대상포진 예방백신이 국산화를 향한 임상 개발 단계에 들어가며 고령층 감염 예방 전략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차바이오텍 계열 차백신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후보물질 CVI-VZV-001로 국내 임상 2상 승인을 받으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구도가 중장기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는 이번 임상을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과 해외 임상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보고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재조합 단백질 대상포진 예방백신 후보 CVI-VZV-001의 임상 2상 시험계획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으로 만 50세 이상 건강한 성인 135명을 대상으로 면역원성을 비교 평가하고, 임상 3상 설계에 사용할 수 있는 최적 용량을 도출하는 임상시험이 본격 진행된다. 시험은 국내 7개 의료기관에서 단계적으로 수행될 예정이다.

CVI-VZV-001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에 대한 재조합 단백질 항원에 차백신연구소 독자 면역증강제 리포팜을 결합한 예방백신이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은 바이러스 전체 대신 특정 항원 단백질만 사용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 생백신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기술인 리포팜은 입자 형태의 면역증강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체액성 면역반응과 세포성 면역반응을 동시에 자극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체액성 면역은 항체 생성 중심의 방어 체계, 세포성 면역은 감염 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T세포 중심 방어를 뜻한다. 대상포진은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시점에 재활성화되는 감염이어서, 고령층에서는 세포성 면역 저하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차백신연구소는 기존 생백신이 고령층에서 충분한 면역반응을 유도하지 못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리포팜 기반 플랫폼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임상 2상에서는 만 50세 이상 전 연령대의 면역원성 분석과 함께, 65세 이상 고령층 코호트에서 면역반응과 안전성을 별도로 평가한다. 세부 설계에는 항체 형성 정도뿐 아니라 T세포 반응과 관련된 세포성 면역 지표를 포함해, 연령대별 예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면역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데이터는 향후 다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설계와 투여 용량, 접종 간격 설정에 직접 활용될 전망이다.
대상포진은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에서 발병률이 높고 통증과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어 예방 백신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가 공급하는 제품으로, 차백신연구소의 CVI-VZV-001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가격 경쟁, 공급 안정성 측면의 변화가 예상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고령층 접종 확대를 위해 장기적 공급 안정과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 편입 여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상포진 백신 경쟁은 강화되는 추세다. 여러 다국적 제약사가 재조합 단백질과 다양한 면역증강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백신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령층 중심의 성인백신 시장을 전략적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자체 면역증강 기술을 앞세운 후보물질로 임상 2상에 진입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기술 수출이나 공동개발 계약 협상에서 활용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성 측면에서도 성장 여력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가 2023년 47억8000만 달러, 약 6조6700억원 수준에서 2030년 112억6000만 달러, 약 15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 15.7퍼센트가 예상돼, 성인 예방백신 분야에서 손꼽히는 고성장 영역으로 분류된다.
다만 백신 개발 특성상 국내외 규제 통과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임상 2상에서 충분한 면역원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다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3상에서 예방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만큼 상용화 시점은 임상 결과와 투자 상황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이나 유럽 규제기관의 허가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임상 설계도 추가로 요구될 수 있다.
한성일 차백신연구소 대표는 CVI-VZV-001 임상 2상을 신속히 추진한 뒤 국내 임상 3상과 해외 임상 진입을 병행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의 국산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심화와 성인 예방접종 확대 흐름을 감안할 때, 국산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의 임상 성공 여부가 향후 국내 백신 산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CVI-VZV-001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수입 의존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 백신 기술의 글로벌 진출 사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