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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외과용 영상 시스템…올림푸스한국, 이비인후과 진단 효율 높인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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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내시경 영상 기술이 외래 중심 이비인후과 진단 환경을 바꾸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이 새로 내놓은 외과용 영상 시스템 비세라 에스는 영상 프로세서와 광원, 스트로보스코피를 단일 장비로 묶어 진료실에서 바로 후두미세진동검사까지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단일 장비로 진단 과정이 압축되면서 병변 관찰 정밀도와 진료 워크플로우가 동시에 개선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올림푸스한국은 8일 이비인후과 진료 환경에 최적화한 차세대 외과용 영상 시스템 비세라 에스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비세라 에스는 이비인후과뿐 아니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 외래 진료실을 겨냥해 설계된 영상 프로세서로,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고 올림푸스가 보유한 다양한 경성·연성 내시경과 호환된다. 회사 측은 특히 후두와 성대, 비강 영역의 정밀 진단을 중점 타깃으로 삼았다.

핵심은 영상 품질과 진단 모드 전환 속도다. 비세라 에스는 이전 세대 시스템인 CV-170 대비 해상도와 색 재현력, 피사계 심도 등 기본 영상 스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피사계 심도는 초점이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를 의미하는데, 이 영역이 넓어질수록 점막 표면과 주변 구조를 동시에 또렷하게 잡을 수 있어 병변 경계 파악에 유리하다. 비세라 에스는 이러한 개선된 영상 성능을 바탕으로 외래 환경에서도 수술실 수준에 가까운 관찰 품질을 지향한다.

 

성대 질환 진단에 필수적인 스트로보스코피 모드를 버튼 조작으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스트로보스코피는 성대의 진동 주기와 유사한 속도로 빛을 점멸시켜 성대 움직임을 슬로모션처럼 보이게 하는 검사법으로, 미세한 진동 패턴 변화나 비대칭 움직임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기존에는 별도 장비나 검사실 이동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으나, 비세라 에스는 이 기능을 프로세서에 내장해 진료실 내에서도 즉시 활용 가능하도록 했다.

 

올림푸스의 독자 광학 기술인 NBI도 기본 탑재했다. NBI는 좁은 파장대의 빛 두 종류를 이용해 점막 표면과 미세 혈관 구조를 강조하는 영상 기술로, 혈류 내 헤모글로빈이 특정 파장을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해 병변과 주변 정상 조직의 대비를 높인다. 이비인후과 영역에서는 초기 암이나 전암성 병변처럼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병변의 경계를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는 데 활용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조직검사 위치 선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번 제품의 설계 콘셉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통합과 간소화다. 비세라 에스는 영상 프로세서, 광원, 스트로보스코피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장비 구성을 단순화했다. 별도 스트로보스코피 장비를 설치하거나 후두미세진동검사를 위해 환자를 검사실로 이동시켜야 했던 기존 동선과 달리, 진료실 내에서 내시경 검사와 스트로보스코피 검사를 연속 수행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진료시간 단축, 환자 동선 감소, 의료진 장비 셋업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어 외래 기반 진료 효율을 중시하는 병의원에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데이터 기록 기능도 강화됐다. 비세라 에스는 프리 프리즈 기능을 탑재해 가장 선명도가 높은 순간의 정지 영상을 자동으로 포착해 저장하도록 돕는다. 과거 모델이 정지 영상 저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시스템은 고해상도 동영상 녹화까지 지원해 진료 과정을 포함한 전체 관찰 영상을 보존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환자 상태 추적, 추후 비교 판독, 교육 자료 활용 등 영상 데이터 기반 진료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외과용 영상 시스템은 고가 수술용 장비를 중심으로 고도화가 이뤄져 왔다. 반면 외래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내시경 시스템은 공간 제약과 비용 부담, 빠른 회전율이 중요한 만큼 기능 통합과 사용 편의성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는 추세다. 특히 음성 장애, 만성 비염, 후두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고령화 환경에서는 이비인후과 외래 진단의 정밀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장비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관점에서는 내시경 영상 기술 경쟁이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NBI처럼 특정 파장을 활용해 미세구조를 강조하는 협대역 영상 기술과 고해상도 센서, AI 기반 실시간 패턴 분석 기술이 결합하는 흐름도 가속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올림푸스한국이 선보인 비세라 에스는 아직 AI 분석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은 아니지만, 고품질 영상 데이터와 체계적인 동영상 기록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향후 AI 진단 보조 시스템과의 연계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원내 시스템 연동, 데이터 저장 인프라,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등 디지털 헬스 환경에서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영상 데이터의 장기 보관과 2차 활용이 늘어날수록 의료기관은 정보보호와 환자 동의 절차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영상이 향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경우, 비식별화 처리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둘러싼 규제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다.

 

올림푸스한국 타마이 타케시 대표는 비세라 에스가 이비인후과 진료 환경에서 필요한 핵심 기능을 한 장비에 담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내 진료 현장의 진단 접근성과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고해상도 영상, 협대역 관찰, 스트로보스코피, 기록 시스템이 통합된 이번 장비가 외래 중심 내시경 진료의 표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주목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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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한국#비세라에스#vise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