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흐린 날, 천년 고찰을 거닐다”…김제의 고요한 산책이 주는 쉼
라이프

“흐린 날, 천년 고찰을 거닐다”…김제의 고요한 산책이 주는 쉼

이소민 기자
입력

요즘 흐린 날에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푸른 하늘과 햇살 대신, 구름 낀 고요함 속에서 쉼을 찾는 모습이다. 예전엔 여행은 맑은 날에만 어울린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흐림이 주는 그윽한 분위기가 새로운 일상의 일부가 되고 있다.

 

7일 김제시는 구름이 많은 흐린 날씨, 그리고 30도에 가까운 후텁지근함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장마 끝자락 같은 이 시간, 김제의 대표 명소들은 차분한 산책과 문화 체험을 원하는 여행자들로 서서히 채워졌다. 실제로 금산사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윤 모 씨는 “햇살이 잠잠하니 절 마당을 천천히 다닐 수 있어 좋다”며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래된 풍경에 마음을 기댄다”고 표현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금산사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금산사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계절 변화와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느린 여행’ 트렌드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습도 높고 무더운 날씨에도 실내·외의 잔잔한 역사와 문화를 즐기는 여행 코스가 주목받는다. 김제 역시 금산사, 벽골제, 아리랑문학마을, 김제향교, 부거리옹기가마 등 실내외를 아우르는 다양한 명소를 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감성 휴식 여행’이라 부른다. 문화관광 해설사 최은정 씨는 “흐린 날씨는 감각을 더 섬세하게 만들어 준다”며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사소한 풍경과 조용한 공간의 아름다움이 크게 다가온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 커뮤니티에는 “맑은 날보다 사람도 적고, 잠시 세상에서 떨어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제의 고찰과 저수지는 흐린 날 더 깊은 맛이 있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속도와 마음이 느긋해져, 빗소리와 바람 소리, 습기 머문 흙냄새까지도 작은 위로가 된다고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작고 사소한 일상이지만, 흐린 날 산책과 사색을 즐기는 이 작은 움직임은 분명 우리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김제의 문화와 역사가 만나는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자신을 바라보고 잠시 멈추는 법을 배운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흐림 속에서 길어진 쉼표 하나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소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제#금산사#벽골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