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장서 9% 급등…세아베스틸지주, 보잉 장기계약에 신고가 랠리
코스피 지수가 1.84% 급락한 15일 세아베스틸지주가 보잉과의 장기공급계약 소식에 힘입어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방산·우주 소재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철강 업종 전반의 약세와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통 철강사에서 항공·우주 소재 중심 지주사로 체질이 바뀌는 과정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향후 미국 생산기지 가동과 실적 반영 속도가 주가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세아베스틸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4,200원 오른 48,950원에 마감했다. 상승률은 9.39%로, 장중 한때 54,100원까지 치솟으며 상한가에 근접했고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거래량은 465만 7,381주로 직전 거래일 약 149만 주의 3배를 웃돌았다. 지난달 초 2만 원대 중반에 머물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4만 원 후반까지 뛰어오르며 80% 안팎의 급등 흐름을 연출했다.
![세아베스틸지주[00143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5/1765784203190_291078065.jpg)
시장에서는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로 자회사 세아항공방산소재의 보잉 장기공급계약을 꼽는다. 계약은 2026년부터 항공기 동체와 날개에 쓰이는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내용으로, 일회성 수주가 아니라 글로벌 항공우주 대기업의 공급망에 편입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 특수합금 공장인 SST의 가동이 임박하면서 스페이스X, 록히드마틴 등 현지 우주·방산 기업으로 고객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이중 호재가 단순 테마성 재료가 아니라 중장기 실적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 변화라고 해석한다.
수급 측면에선 기관 투자자의 매집세가 상승 추세를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개월 동안 기관이 꾸준히 순매수에 나서며 주가 하단을 지지했고, 특히 12일에는 8만 주 이상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장 초반부터 기관의 매수 물량이 유입된 가운데, 개인은 급등 과정에서 추격 매수와 차익 실현을 동시에 반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키움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창구에서 매수와 매도가 활발히 오가면서 대량 손바뀜이 진행됐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거래량 급증을 동반한 상승이 단기적으로 잠재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본다.
동일 업종 내 비교에서는 세아베스틸지주의 디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날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POSCO홀딩스는 0.47% 하락했고 세아제강지주는 3.83% 내렸다. 반면 세아베스틸지주는 9% 넘게 오르며 철강 대형주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시가총액은 약 1조 7,554억 원으로 코스피 216위에 올라 중형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현재 PBR은 0.82배 수준으로, 장부가치 대비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점도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동사를 더 이상 전통 철강주가 아니라 성장성이 부각되는 방산·우주 테마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실적 전망도 주가 재평가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지주의 2024년 영업이익은 업황 둔화 여파로 523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25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1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가 점쳐진다. 주당순이익은 2024년 564원에서 2025년 1,867원으로 3배 이상 뛰어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2024년 기준 35배 수준으로 높았던 PER은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약 24배로 낮아져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배주주 순이익 역시 내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98%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이익 체력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K스틸법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으로, 저가 수입재 유입을 억제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수강을 주력으로 하는 세아베스틸지주에는 수익성 방어와 프리미엄 제품 전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다. 현재 매출의 88%가 배당 등 지주사 수익 구조에 기반하고 있지만, 연결 자회사들이 내놓는 제품이 특수강 중심에서 항공·우주 소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가치 재평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단기 과열 신호도 병존한다. 한 달 새 주가가 80% 가까이 급등한 데다 이날 장중 고가에서 윗꼬리를 달고 마감해 고점 부담과 차익 실현 압력이 노출됐다는 평가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 지지선으로 갭 상승이 시작된 4만 5,000원 선을 주목하고 있다. 이 가격대를 지키면 추가 상승 시도가 이어질 수 있지만, 5만 5,000원 부근의 저항을 명확히 돌파하지 못할 경우 변동성 확대 국면을 거칠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보잉과의 계약 물량이 실제 매출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미국 SST 공장의 가동률이 얼마나 올라오는지가 주가 레벨 업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본업인 철강 업황이 여전히 부담 요인이라고 본다. 중국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제한적인 가운데 글로벌 철강 시황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특수강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방산 모멘텀이 철강 경기 둔화를 얼마나 상쇄할지, 그리고 지주사 구조 속에서 신사업의 성과가 어느 속도로 반영될지가 투자 판단의 관전 포인트라는 지적이다. 향후 주가 흐름은 보잉 등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가 얼마나 확대되는지, 그리고 국내외 방산·우주 산업 투자 사이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