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 품으로"…육군 3군단, 6·25 전사자 유해 합동 영결식 엄수

한유빈 기자
입력

치열한 고지 전투가 이어졌던 6·25 전쟁 격전지에서 발굴된 전사자 유해를 두고 군과 지역사회가 다시 한 번 묵념했다. 호국영웅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해 발굴은 안보와 보훈을 둘러싼 한국 정치의 상시 과제가 됐다.  

 

육군 3군단은 16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체육관에서 이상렬 군단장 주관으로 2025년 6·25 전사자 발굴 유해 합동 영결식을 엄수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강원도 내 격전지에서 발굴된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고,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유가족에게 인계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3군단은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인제군과 양구군, 고성군 등 5개 지역에서 유해 발굴 작전을 실시했다. 군단 예하 6개 부대에서 연인원 2만여 명의 장병을 투입해 전사자 유해 29구와 탄약류를 포함한 유품 1만9천69점을 수습했다.  

 

발굴 지점은 인제군 칠성고개와 남북리, 고성재, 고성군 까치봉, 양구군 백석산 일대다. 모두 6·25 전쟁 당시 한 치의 땅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한 고지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아군과 적군의 희생이 집중된 대표적 격전지로 꼽힌다.  

 

유해 발굴은 오랜 기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진행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3군단 유해발굴팀은 전쟁사 연구와 참전용사 증언 청취, 현장 답사를 반복해 발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별해왔다. 이 과정에서 당시 부대 이동 경로와 전투 양상, 전선 변화 등을 교차 검증하면서 발굴 지점을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현장 여건은 쉽지 않았다. 최악 수준의 무더위와 집중호우가 이어진 데다, 발굴 지역 상당수가 해발 평균 1천m를 웃도는 험준한 산악지형이었다. 그러나 3군단 장병들은 마지막 한 분의 유해까지 찾아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사명감으로 작업에 매진했다고 군은 전했다.  

 

이날 합동 영결식에는 유해 발굴 참가 부대 지휘관과 장병, 최상기 인제군수, 강원지역 보훈지청장, 각 지역 보훈단체 대표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전사자 유해 앞에 헌화와 분향을 올리며 예를 다했고, 추모 묵념을 통해 희생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상렬 군단장은 추모사에서 호국영웅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현재의 자유와 번영을 강조했다. 그는 호국영웅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호국영웅들의 헌신 위에서 오늘 우리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 전우들의 희생과 헌신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군사대비태세를 완비해나자"고 당부했다.  

 

육군 3군단은 유해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군은 민·관·군 협업 체계를 가동해 유가족 집중 찾기 57건을 포함, 모두 95건의 DNA 시료를 채취했다. 이는 발굴 유해와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정밀 대조해 전사자와 유가족의 인연을 연결하기 위한 절차다.  

 

영결식을 마친 전사자 유해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으로 이관된다. 유해는 이곳에서 유전자 분석과 유품, 전사 기록자료 검토 등 감식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최종 신원이 확인되면 국군장병으로서의 예우를 갖춘 안장식과 함께 유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부는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안보와 보훈을 잇는 핵심 정책 과제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군과 지방자치단체, 보훈 당국은 강원도 접경지역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를 대상으로 발굴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며, 국회에서도 예산과 제도 지원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한유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육군3군단#6·25전사자#유해발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