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건강관리 앱 파스타…카카오, 수면·혈압·식단 분석로 만성질환 공략
인공지능 기반 건강관리 기술이 만성질환 예방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앞당기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자사 모바일 건강관리 앱 파스타에 AI 수면 기록, 혈압 기록, 식단 예보 기능을 추가하며 생활 데이터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에 나섰다. 수면과 혈압, 식습관은 비만과 당뇨,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라 업계에서는 이번 기능 고도화를 디지털 만성질환 관리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헬스케어는 29일 파스타 앱 업데이트를 통해 AI 수면 기록, 혈압 기록, 식단 예보 세 가지 기능을 새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연속혈당측정기 등 개인 디지털 기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리포트와 코칭을 제공하는 구조다.

AI 수면 기록은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 없이 스마트폰을 침대 옆에 두고 취침하면, 수면 중 호흡 소리를 바탕으로 수면 상태를 정밀 분석하고 자동으로 기록해 준다. 수면 시간과 패턴, 깊은 잠과 얕은 잠 등 수면 상태 비율, 수면 중 소모 칼로리까지 세부 지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연속혈당측정기 착용자에게는 수면 단계별 혈당 변화를 함께 보여줘, 야간 저혈당이나 새벽 혈당 상승 같은 이상 패턴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수면 앱이 단순한 수면 시간 측정에 머물렀다면, 파스타는 혈당 데이터와 결합해 대사 건강 상태까지 한눈에 확인하도록 범위를 넓힌 셈이다.
이용자는 1일, 7일, 30일 단위로 평균 수면 시간과 수면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종합한 평균 수면 점수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수면은 체중, 혈당, 혈압 등 여러 건강 지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만큼, 카카오헬스케어는 축적되는 수면 기록을 기반으로 보다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혈압 기록 기능은 혈압 측정 시점과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심박수를 수기로 입력해 앱에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가정용 혈압계를 사용하는 중장년층이 주된 이용 대상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내년 초 혈압 기록 데이터를 분석해 혈압 변동 패턴, 고혈압 위험 수준 등을 요약해 주는 혈압 리포트 기능도 선보일 계획이다. 혈압 수치의 단순 기록에서 나아가 장기 추세를 분석하는 예방형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식단 예보는 식습관 데이터 기반 질병 위험도 예측 기능으로, 파스타 업데이트의 핵심 중 하나다.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 공과대학,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헥사메드가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내국인 17만 명 규모 코호트 자료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의학, 공학, AI 기술을 융합한 분석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이용자가 식사 내용을 기록하거나, 식습관 관련 간단한 문진을 완료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식단 예보 리포트를 생성한다. 리포트에는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수치화돼 제시되고, 각 위험 요인을 낮추기 위한 개인 맞춤형 예방 가이드도 포함된다. 사용자는 이 가이드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식단 조정, 활동량 증가, 나트륨·당류 섭취 조절 등 생활습관 코칭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이미 수면, 혈당, 혈압, 식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심전도, 심박수, 활동량까지 수집하고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파스타 앱에 국내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반영한 식단 예보, AI 기반 수면 분석을 결합한 것은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생활 습관 중심의 정밀 건강 관리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향후 의료법과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본격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충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식단과 수면, 혈압 같은 생활 데이터는 의료정보와 결합될 경우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가 되기 때문에, 데이터 익명화와 보안, 동의 관리가 필수다. 동시에 현재 국내 제도에서는 이러한 분석 결과가 의료 행위가 아닌 생활관리 서비스로 분류돼, 진단이나 처방과 명확히 구분되는 영역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이번 업데이트로 파스타 앱이 다양한 건강 지표를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개인의 만성질환 관리를 고도화할 수 있는 올인원 앱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하며,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경험을 지속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카카오헬스케어가 확보한 방대한 생활 데이터를 어떻게 의료기관, 보험사, 공공 보건 정책과 연계해 실질적인 질병 예방 효과로 이어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기술과 데이터의 고도화만큼, 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산업 구조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