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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바다가 만나는 도시”…전남 광양, 가을에 더 깊어지는 자연과 문화의 여운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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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남 광양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때는 산업의 도시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 여행자들의 일상이 됐다.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풍경은 기능보다 감정, 속도보다 여운을 택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을빛이 물드는 섬진강변, 배알도수변공원엔 잠시 멈춰 쉬려는 사람들이 많다. 넓게 펼쳐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붉게 물든 하늘과 강물이 겹치며 그림 같은 순간이 만들어진다. 해 질 녘, 구름 사이로 들어오는 노을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모습도 흔하다. 광양 시민 정다영 씨(34)는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풍경인데, 요즘은 한 번쯤 멈춰서 바라보게 된다”고 느꼈다.

광양 구봉산 전망대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광양 구봉산 전망대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관광 트렌드 분석기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양을 찾는 여행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때 공장과 정박지로 기억됐던 이 지역이 이제 자연과 문화, 감성의 도시로 변해가는 중이다. 특히 2030 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광영동의 카페 ‘비제스코’는 새로운 휴식의 거점이 되고 있다. 감각적인 조명과 아늑한 좌석, 신선한 커피와 베이커리류에 반려동물과 아이들까지 환영하는 공간이다. 커피 한 잔 들고 통유리 밖으로 흐르는 밝은 빛과 갖가지 초록색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된다. SNS에는 ‘광양 디저트 맛집’ 태그와 함께 인증샷이 이어지고,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자주 머무르고 싶어진다”는 댓글이 늘어난다.

 

옛 이야기를 담은 인서리공원과 와인을 테마로 꾸민 광양와인동굴은 이색 경험을 찾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장소다. 인서리공원에선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거나, 카페 속에서 고요한 오후를 누릴 수 있다. 동굴파크로 변신한 광양와인동굴에서는 시원한 기온과 신비로운 조명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분위기 속에서 와인과 예술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정주희(28) 씨는 “동굴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색다른 휴식이 됐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광양의 이 같은 변화를 ‘감성여행지의 진화’라 부른다. 지역문화연구소 박현진 소장은 “천천히 머물며 자신을 돌보는 여행, 감각에 집중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광양은 도시와 자연, 예술이 잘 섞여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광양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고 싶다” 같은 공감이 많아진다. 여행 후 남는 감정은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일상 가까이에서도 새로움과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선택이지만, 아름다운 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그 경험이 우리 삶의 결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지금 이 느린 여행의 여운은, 누구에게나 다시 나답게 살아갈 힘이 돼주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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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배알도수변공원#광양와인동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