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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커머스 자동화 인핸스, K 디지털 왕중왕전 정상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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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 자동화 기술이 전자상거래 산업의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상품 등록과 재고 관리, 광고 집행, 고객 응대까지 자동 처리해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돕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을 선발해 글로벌 경진대회·투자 연계를 지원하며 국내 AI·디지털 기업의 스케일업 분수령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왕중왕전 격인 대회 결과가 국내 버티컬 AI 경쟁 구도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최고 AI·디지털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K 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 최종 결선을 3일 서울 가빈 아트홀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민간과 공공이 주관한 다양한 AI·디지털 경진대회 우승팀을 한데 모아 최고의 기업을 뽑는 왕중왕전 성격을 가진다.

올해에는 총 24개 민·관 경진대회와 창업 프로그램, 서울·대구·광주·부산·인천 등 5개 지역 테크노파크에서 선발된 팀까지 포함해 29개 기업·팀이 참여했다. 지난 11월 열린 통합 본선을 통해 결선 진출 7개 팀이 추려졌고, 이들은 사업성과와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IR 피칭 방식으로 최종 평가를 받았다.

 

최종 심사 결과 AI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 자동화 솔루션 기업 인핸스가 대상에 해당하는 부총리상을 수상했다. 인핸스의 솔루션은 온라인 판매자의 상품 정보 수집, 콘텐츠 생성, 가격 조정, 광고·프로모션 집행 같은 반복 업무를 AI가 단계별로 자동 수행하는 구조를 갖췄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상품 소스만 입력하면 AI가 상품 설명과 이미지를 최적화하고, 판매 데이터와 광고 성과를 분석해 예산 배분과 프로모션 타이밍까지 제안하는 식이다.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작업 대비 처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리고, 운영 인력을 최소화해 자체 브랜드와 소상공인까지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커머스 자동화 도구가 개별 기능 단위 자동화에 머물렀다면,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인핸스의 방식은 일련의 업무 플로우를 시나리오 형태로 구성해 종단 간으로 제어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AI가 판매 채널별 성과 데이터를 학습해 플랫폼마다 다른 알고리즘에 맞춰 콘텐츠와 광고 전략을 조정하는 구조를 적용해, 단순 매크로 수준을 넘어 지속적으로 최적화가 이뤄지는 점도 특징이다. 이를 통해 중소 셀러가 대형 플랫폼과의 광고 경쟁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우수상인 정보통신진흥원장상은 아이디어오션과 올마이투어가 수상했다. 이들 기업은 각자 AI 기반 서비스와 플랫폼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우수상인 IT투자협의회장상은 크로스허브와 에이비스에게 돌아갔다. 결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수상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피아스페이스와 모바휠도 수상기업과 동일한 후속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가 단순 시상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팀들을 묶어 패키지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수상 기업에는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 규모의 상금뿐 아니라 투자 유치 연계와 민·관 창업·기업 지원 프로그램 우대, 입주 공간과 클라우드 등 인프라 지원이 함께 제공된다. 특히 인프라 비용은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직결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실질적인 경쟁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 연계와 정책 자금, 기술 인프라를 동시에 제공해 기술 검증 단계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 전 단계까지의 자금·환경 공백을 줄이는 구조다.

 

과기정통부는 역대 수상기업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올해부터 해외 경진대회 연계 프로그램을 공식 도입했다. 국내에서 검증된 AI·디지털 기술이 해외 스타트업 대회와 박람회에 진출해 글로벌 파트너와 투자자를 만나는 동선을 정책적으로 설계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선정 기업이 단기간에 해외 고객사와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성과도 일부 나타났다. 2022년 K 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 최우수상 기업인 에이슬립은 수면 진단 헬스케어 AI 솔루션을 앞세워 미국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 참가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였다. 수면 중 호흡 패턴, 움직임, 심박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 무호흡증 등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기술로, 현지 의료·헬스케어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우수상 수상 기업 허드슨 에이아이는 AI 기반 더빙 솔루션을 통해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경진대회 슬링샷에 도전했다. 이 회사는 6천8백여 개 기업이 참여한 예선과 본선을 통과해 결선 톱 60에 진출했다. 영상 콘텐츠의 음성을 다국어로 자연스럽게 변환하는 기술로, 글로벌 OTT와 교육·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으며 스케일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K 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이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해외 진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버티컬 AI와 디지털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커머스 운영 자동화, 의료 진단, 제조 공정 최적화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가 대거 등장해, 데이터 축적과 서비스 연동성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이 구도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실제 사업 확장과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직결되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행사를 주재한 이도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격려사에서 버티컬 AI와 디지털 분야 창업이 국내 AI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이끄는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기술력과 시장성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은 챔피언십 수상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넘어 향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민간과 협력해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정부의 후속 지원과 기업들의 실질적인 매출 성장, 해외 레퍼런스 확보가 맞물릴 경우, K 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이 국내 AI·디지털 스타트업 성장 경로의 핵심 관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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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핸스#k디지털그랜드챔피언십#과학기술정보통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