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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두들겨 부숴야" 발언 후폭풍…감사원,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고발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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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충돌 지점을 둘러싸고 국가감사 기관과 독립 인권기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겨냥해 헌법재판소를 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 감사원이 형사 고발까지 단행하면서, 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감사원은 10일 발표한 김용원 상임위원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헌정부정 등 행위와 관련한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김 상임위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는 국회가 채택한 인권위 감사 요구안을 토대로 진행됐다.

감사원은 김 상임위원이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배포,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글 게시 등을 통해 특정 정당과 정치 세력, 정치인을 비난하거나 부정적 견해를 표명한 행위를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특정 정당·세력 또는 정치인에 대한 비난 또는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는 내용으로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SNS 계정에 글을 게시한 행위는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낸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감사원은 "정치적 목적이 인정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해 헌정 질서를 부정했다는 취지다.

 

감사원은 인권위 수장인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내·외부로부터 해당 상임위원의 위법한 행위 등을 지적받고도 감사나 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 내부 통제와 지도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감사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관련해 제기된 별도 쟁점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다. 인권위가 처리한 이른바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관련 안건의 발의 및 의결 과정에 대해 감사원은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더불어 감사원이 해당 안건에 대해 직접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했다.

 

논란의 발단은 김 상임위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비롯됐다. 김 상임위원은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만약 헌법재판소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거슬러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국민은 헌재를 두들겨 부수어 흔적도 남김없이 없애버려야 한다"는 내용을 올렸다. 헌법재판소를 대상으로 한 물리력 행사까지 거론한 표현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헌정 질서 부정 논란이 번졌다.

 

김 상임위원은 아울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안건을 국가인권위원회 의제로 대표 발의했다. 해당 안건은 인권위에서 의결됐고, 여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는 계기가 됐다. 여권은 인권위가 대통령 탄핵 심판에 개입하려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 진영은 대통령의 절차적 권리 보장 차원이라고 맞섰다.

 

이 같은 공방 속에서 국회 본회의는 김 상임위원의 직무 수행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감사 요구안에는 김 상임위원이 헌정질서를 부정하고 내란을 선전·선동하는 등 인권위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으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의결을 계기로 감사원이 본격 감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가 이날 고발 조치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 결정의 파장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여권은 그동안 문제를 제기해 온 만큼 감사원 판단을 근거로 인권위 쇄신 필요성을 더욱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야권에서는 감사원의 고발이 인권위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견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 고발에 따라 수사기관이 김 상임위원의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를 따지게 되는 가운데, 인권위 내부 기강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인권위 인사 구조와 견제 장치를 포함한 제도 개선 논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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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감사원#국가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