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학에서도 챗지피티 활용”…스마트폰 확산 속 남북 방송통신 협력 모색

남북 방송통신 협력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의 인공지능 기술 활용과 스마트폰 확산 실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향후 남북 교류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양대학교 통일교육선도대학사업단은 4일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2025 남북 방송통신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변화하는 북한의 미디어 환경과 모바일 일상, 방송통신 협력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행사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 기술로 여는 남북 방송통신 협력의 미래를 대주제로, 디지털로 열어보는 북한 과학기술 현주소와 모바일 일상, 변화하는 북한의 미디어와 방송 기술을 각각 다루는 두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 박민주 통일교육원 교수는 김정은 시대 북한의 과학기술 정책 변화를 짚었다. 박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이 과학기술 혁명을 내세워 경제강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과학기술 혁명을 통한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과학기술 중시 정책 등을 전개하고 있다”며 “현재 북한 대학에서 챗지피티를 활용하고 얼굴대조 기술과 의료봉사 지원 인공지능 로봇 등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교육과 의료 영역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이미 가시화됐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모바일 보급 실태에 관한 구체적 수치도 제시됐다. 미국 씽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가 650만명에서 700만명 수준에 이르렀다고 추정했다. 그는 “현재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는 650만~700만 명에 이르며 주민 4명 중 1명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북한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기종은 2배로 다양해졌고 새로운 브랜드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내부 시장에서 스마트폰 기종과 브랜드가 다변화되면서 주민들의 정보 소비와 미디어 접근 방식에도 점진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북한 미디어 콘텐츠와 방송 기술이 다뤄졌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북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을 사례로 김정은 시기 드라마 창작의 방향과 특징을 분석했다. 전 연구교수는 드라마 속 인물 형상과 서사 전개를 통해 북한이 강조하는 사회상과 가치가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설명했다.

방송 기술 분야에선 전성호 MBC 기술정보사업팀 차장이 남북 방송 교류의 경과와 북한 방송 인프라 상황을 짚었다. 전 차장은 “남북한 방송교류는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진행과 중단을 반복해 왔지만 그에 대한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며 기술 엔지니어 관점에서 북한의 위성 및 지상파 방송 현황을 소개했다. 정치·군사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 분야만큼은 지속 가능한 협력 채널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방송통신 분야 남북교류 정책 방향을 놓고 보다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토론 좌장은 홍용표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맡았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디지털 격차 해소, 방송 신호 교환, 공동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제안하며 제도적 장치와 국제 제재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는 전언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디지털 대전환 흐름 속 방송통신 환경 변화를 반영한 남북 교류 협력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와 국회가 관련 정책 논의를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따라 남북 방송통신 협력 구상이 본격적인 정책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