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매출 4.1%↑”…미국, 온라인 호황에 소비 둔화 우려 완화
현지시각 기준 11월 29일, 미국(USA) 전역에서 진행된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매출이 전년보다 4%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부터 이어진 관세 정책 여파와 기업 채용 둔화로 미국 소비 위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온라인 쇼핑 호황이 연말 쇼핑 시즌의 기세를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스터카드의 소비 동향 분석 서비스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 소매 매출(자동차 제외)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고 29일(현지시각) 밝혔다. 현지시각 기준 같은 날 공개된 자료에서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는 지난해 증가율 3.4%와 비교할 때 올해 증가 폭이 확대됐다며, 온라인 부문의 성장이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1.7% 증가에 그친 반면, 온라인 매출은 10.4%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 직후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를 전후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이어지며, 이 기간 실적이 연말 쇼핑 시즌 전반의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소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글로벌 전자상거래 흐름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도 비슷한 흐름을 포착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블랙 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미국 소비자들의 온라인 지출이 118억 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9.1% 늘었다고 밝혔다. 어도비 측은 관세 부담과 고용 시장 둔화, 소비 심리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을 맞아 미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지출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미국 소비 위축 가능성은 계속 제기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 시절 도입된 관세 정책이 여전히 가격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고, 기업들의 채용 감소와 임금 압박, 인플레이션 피로감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지갑을 닫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의 대규모 할인과 프로모션이 단기적으로 이런 부담을 상쇄해, 연말 쇼핑 시즌 초입의 소비를 떠받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이번 매출 확대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월마트와 아마존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와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AI 챗봇 서비스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대화형으로 상품을 추천하고, 검색 과정을 간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대와 취향에 맞는 ‘핫딜’을 빠르게 찾도록 도와 쇼핑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도비는 AI 기능과 연계된 유통업체 웹사이트의 트래픽이 전년 동기 대비 805% 급증했다고 밝혔다. 어도비 측은 이런 수치가 AI 기술이 온라인 쇼핑 수요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라며, 추천 알고리즘과 대화형 검색이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미국 주요 매체들도 AI 도입이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단축시키며, 전통적인 가격·브랜드 경쟁 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수지 데이빗카니언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을 더 빨리 찾기 위해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며 “선물을 고르는 과정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데,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AI가 선물 선택 과정을 빠르고 수월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쇼핑 과정의 피로감을 줄이고, 지출을 추가로 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실적이 미국 소비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를 준다고 보면서도, 관세와 고용 둔화, 고금리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연말 전체 소비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AI를 앞세운 온라인 유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형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성적표가 향후 미국 내 소비 흐름과 세계 유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