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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시계 멈추나”…국민의힘 내홍 격화→보수 재편 어디로
정치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시계 멈추나”…국민의힘 내홍 격화→보수 재편 어디로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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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대권 레이스의 중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단일화의 미로를 헤매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오후는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짙은 긴장감에 휩싸였고, 2차 회동 끝에도 두 후보는 각기 다른 길을 향해 발끝을 돌렸다. 보수 진영의 광활한 땅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빅텐트의 이상은, 단일화 시점과 절차를 둘러싼 이견 앞에서 다시 한번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국민의힘은 두 후보를 대상으로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의 단일 후보 선출 절차에 나서며, 단일화 조기 매듭을 시도했다. 경선 당시 김문수 후보가 약속했던 조속한 단일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지도부는 오는 11일까지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며 일정 압박을 강화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시간에 쫓긴 무소속 후보의 기호 선정 문제까지 현실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무소속 단일화시 기호 2번이 사라지게 된다며 후보 교체까지 거론하고, 필요하다면 결단도 불사하겠다고 담담히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2025.5.8 /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2025.5.8 / 연합뉴스

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자신의 깃발을 내리기 거부했다. 당의 단일화 일정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한 번 더 대중의 시선 앞에 자신의 진정성과 정당성을 묻고자 했다.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각자 선거운동과 방송토론, 여론조사로 명분 있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승패가 아닌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대결 구도의 긴장감은 한덕수 후보 측의 입장문에서도 감돌았다. 한덕수 예비후보는 “언제든 회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제로, 국민의힘 차원의 명확한 제안을 다시금 요구했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대변인의 말은,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민심 앞에 투명해야 함을 일깨운다.

 

회동 후 김문수 후보의 발언은 더욱 거칠어졌다. 그는 “정당이 나서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불법 행위를 하는 일은 없었다”고 비판했고, 당무 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지도부의 전당대회 소집 움직임엔 끝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라는 맞불로 응수했다. 한덕수 예비후보는 김문수 후보가 22번이나 단일화를 이야기해왔다고 상기시키며, 지금도 단일화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 결정은 더 이상 두 사람의 몫만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 시도지사협의회는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성명과 단식 농성으로 압박했으나, 나경원·윤상현 등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의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며, 정당민주주의의 정통성을 거듭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후보 강제 교체는 당헌 위배”라고 지적했고, 윤상현 의원도 당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단일화의 명분과 방식, 그리고 지도부의 절차적 행보를 둘러싼 균열이 점점 커지면서, ‘보수 빅텐트’ 구상은 자칫 와해의 길에 설 우려가 짙어졌다. 만일 김문수·한덕수 후보 간 단일화마저 실패할 경우, 보수 내 전체 통합 시나리오 역시 한 줄기 안개 속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마저 이후 단일 후보 지지 결집에 부정적 영향으로 번질 조짐이다. 목요상 상임고문은 “분란이 지속되면 단일화의 감동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논쟁 수습과 보수 재편의 마지막 시간을 허락받지 못한 채, 당원과 국민의 눈길 속에 운명의 기로에 서 있다. 당 지도부는 기존 일정에 맞춰 조사를 마친 뒤 단일화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의 파고와 당내 반발, 그리고 대선 판도의 변동성 속에서 국민의힘은 보수 통합, 정당민주주의, 공정 경선이라는 세 갈림길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분주히 고민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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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