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숙려캠프 탈북 의사, 차오른 분노”…냉랭한 눈빛과 날선 언어→끝내 터져버린 갈등
침묵이 지배한 거실, 엇갈린 눈길 위에 쌓인 세월의 그림자가 유난히 짙어 보였다. ‘이혼숙려캠프’에 출연한 15년 차 탈북 부부는 끝내 서로에게 쌓인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은 굳게 입을 다물었고, 평양에서 의사까지 지낸 아내는 차디찬 말 한마디마다 마음 깊은 곳의 회한과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동안 묵혀 둔 감정이 마침내 격렬하게 터지면서, 부부라는 이름 아래 쌓아 올린 시간마저 일렁였다.
아내는 탈북 이후의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평양 정형외과 의사 출신이자 공군 특수부대 대위 경력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좀 잘 나가는 의사”라고 표현했다. 한국에서 어렵게 국가시험을 통과해 병원장까지 올랐다는 자부심은 그녀의 단단한 자아를 만들었지만, 그만큼 남편에게 내뱉는 언어는 싸늘했다. “내가 남편보다 월등하다,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라고 주변에서도 말한다”는 발언에는 감춘 듯 드러나는 우월감과 남편에 대한 냉소가 묻어났다.

남편은 결혼 이후 맞벌이 대신 살림과 육아의 80% 이상을 도맡았다며 지난 시간을 고백했다. 두 자녀의 기저귀를 직접 빨며 살아온 15년, 최근이 돼서야 직업을 가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아내의 마음에 닿지 못했다. 아내는 “남편이 만날 여자가 어디 있냐. 돈도 없고 전문직도 아니고 잘생기지도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자존심을 짓눌렀다.
그녀는 한층 더 거칠어진 언어로 “남편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북한 장교의 힘을 우습게 본다”라고 말하며 평양 특수부대 출신답게 위협적인 태도까지 선보였다. 남편은 운동선수였던 과거를 언급했지만, 아내의 날선 혁면에 한없이 움츠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감정 골은 경제적 실패와 불신에서 비롯됐다. 남편이 불법 코인 투자 논란에 휘말리며 수억 원을 잃은 과정, 그리고 타인과의 연락이 불러온 상실감은 아내의 신뢰를 바닥까지 무너뜨렸다. 결혼 전 경마 도박까지 드러나자 아내는 더욱 깊은 우울감과 상처에 잠겼다. 반복되는 실망에 각서가 늘어가고, 날카로운 말들은 남아 있던 연대감마저 갈라놓았다.
폭발한 감정의 끝은 하차 선언이었다. 아내는 방송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이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선언했다. 차마 마주할 수 없는 슬픔, 그리고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결혼의 아픔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오랜 세월과 상처가 담긴 탈북 부부의 이야기는 ‘이혼숙려캠프’의 의미 있는 질문으로 남는다.
서로를 향한 원망, 바닥난 신뢰, 그리고 쉽게 옮길 수 없는 삶의 무게. 이들은 여전히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며,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었다. 탈북 부부의 진짜 이야기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30분 ‘이혼숙려캠프’를 통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