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타우 표적 항체 수출…오스코텍, 2030년까지 3개 더 노린다
알츠하이머 치료 패러다임을 겨냥한 차세대 항체 기술이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 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에 레이저티닙을 기술 이전했던 오스코텍이 타우 단백질 표적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를 글로벌 제약사에 넘기며 또 한 번 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오스코텍이 2030년까지 다수의 후보 물질을 추가로 수출하며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스코텍은 최근 자회사 아델과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 아델Y01의 기술을 사노피에 이전했다. 아델Y01은 알츠하이머 핵심 병리 인자인 타우 단백질을 표적하는 단일클론항체로,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계약에 따라 오스코텍과 아델은 아델Y01의 전 세계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사노피에 넘기고, 최대 10억4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료와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 원화로 약 1조53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선급금 8000만 달러, 약 1180억원이 우선 지급되며, 수익 배분은 아델 53퍼센트, 오스코텍 47퍼센트 비율로 정해졌다.

아델Y01의 기술적 핵심은 타우 단백질 가운데 정상적인 생리 기능과 직접 관련이 없는 병적 변형 부위만 정밀하게 골라내는 점이다. 타우는 원래 신경세포 안에서 미세소관을 안정화하는 단백질이지만, 특정 화학적 변형을 거치면 독성 응집을 일으켜 신경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델Y01은 타우가 아세틸화된 형태, 특히 acK280으로 불리는 변형 부위를 선택적으로 인식해 결합하고 제거하도록 설계됐다. 정상 타우에는 거의 결합하지 않고, 독성 응집을 유발하는 병적 타우만 표적해 뇌 기능 저하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들은 주로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질병 진행을 돕는 조력자에 가깝고, 신경세포를 직접적으로 망가뜨리는 주체는 타우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설명회에서 타우 항체가 신경 변성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타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타우 응집의 핵심 영역으로 알려진 R3, R4 부위 인근을 겨냥하되 응집 코어에 깊숙이 들어가 지나친 결합을 유도하지 않는 항체 설계가 경쟁 기술 대비 차별점으로 제시됐다. 오스코텍과 아델은 이러한 구조적 설계 덕분에 아델Y01이 동일 적응증 타겟의 글로벌 경쟁 항체 대비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알츠하이머는 고령화 심화와 함께 전 세계 제약사들이 집중하는 최대 규모 신경퇴행성 질환 시장이다. 최근 일부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항체들이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서도 안전성 이슈와 제한적 임상효과 논란을 겪으면서, 후발 주자들에게는 새로운 작용 기전으로 차별화할 기회가 열려 있다. 타우만 병적으로 선택해 제거하는 아델Y01은 인지 기능 악화를 직접적으로 늦출 수 있는 차세대 후보로 평가받고 있으며, 실제 환자에서 뇌 속 병적 타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가 상업화의 핵심 성패 요인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타우 표적 항체와 소분자 약물을 놓고 다국적 제약사 간 경쟁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제약사들이 임상 1상과 2상 단계에서 다양한 타우 표적 전략을 시험하고 있고, 일부 후보는 실패 사례를 겪으면서 타겟 부위와 항체 설계 방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노피가 아델Y01을 대형 딜로 확보한 것은 오스코텍과 아델의 타우 기전 정의와 항체 설계가 글로벌 수준의 검증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스코텍 측은 아델Y01이 계열 내 최고, 이른바 베스트 인 클래스 후보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점이 기술 이전 과정에서 설득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오스코텍은 알츠하이머 후보뿐 아니라 항암제와 섬유화 질환 후보 파이프라인도 집중 육성 중이다. 회사는 내성 항암제 후보 OCT598에 대해 연내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을 세웠다. 항내성제는 기존 항암제 투여 후 발생하는 내성 메커니즘을 정밀 분석해 새로운 공격 지점을 찾는 치료제다. 종양세포가 표적 치료제나 화학요법에 적응해 더 이상 약물이 듣지 않는 상황을 되돌리는 것이 목표로, 생존 기간 연장과 재발 방지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 시장성이 크다. 섬유화 적응증을 겨냥한 OCT648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신경계, 종양, 섬유화라는 세 축에서 후보 물질 포트폴리오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아델Y01 기술 수출로 확보한 자금은 임상 개발과 추가 후보 발굴에 재투입되며, 오스코텍은 이를 발판으로 2030년까지 3개에서 4개 수준의 추가 기술 수출을 노리고 있다. 윤 대표는 내성 항암제 영역에서만 2건 이상의 라이선스 아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알츠하이머 후보가 단발성 성과가 아니라 기술 플랫폼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저티닙에 이어 아델Y01까지 대형 기술 이전에 성공한 만큼, 글로벌 제약사의 파트너로서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알츠하이머와 암, 섬유화 같은 난치성 질환 분야는 높은 미충족 수요와 복잡한 병리 기전 탓에 신약 성공률이 낮지만, 일단 상업화에 성공하면 블록버스터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특히 바이오의약품과 정밀 표적 기전이 결합된 항체 기반 치료제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의 주요 투자 대상이다. 사노피와의 계약을 계기로 오스코텍이 기술 수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타우 표적 전략이 알츠하이머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촉매가 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계는 오스코텍의 후속 임상 데이터와 추가 파이프라인의 계약 성사 여부에 따라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 전반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