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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줄이고 수면 지킨다”…디카페인, 기능성 식품 각광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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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섭취를 줄이면서도 커피의 맛과 향을 유지하려는 소비가 늘면서, 디카페인 커피가 사실상 ‘수면·컨디션 관리용 기능성 음료’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수면의 질과 피로도 관리가 건강 관리의 핵심 지표로 부상한 가운데, 커피 시장에서도 웰니스와 식품과학 트렌드가 빠르게 반영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디카페인에 대한 수요 확대가 향후 카페인 대체 성분 개발과 IT 기반 수면 관리 서비스 연계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엠브레인 딥데이터가 최근 공개한 구매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주요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된 디카페인 관련 제품의 구매 추정액은 29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885억 원 수준에서 55.2퍼센트 증가한 수치로, 2023년 동일 기준 구매액 1466억 원과 비교하면 약 2년에 걸쳐 두 배 안팎으로 불어난 셈이다. 일반 커피 시장 성장 속도를 크게 웃도는 증가세로, 디카페인 커피가 틈새가 아닌 주류 카테고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엠브레인 딥데이터가 지난 7월 진행한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5퍼센트는 디카페인 커피가 “커피 맛을 똑같이 즐기면서 카페인 섭취를 줄일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카페인에 특별히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 사이에서도 긍정 평가는 높았다. 응답자의 48.4퍼센트가 “카페인에 민감하지 않더라도 디카페인 커피가 좋은 선택지가 되는 것 같다”고 응답해, 카페인 반응 여부를 넘어선 ‘건강 지향형 선택’으로 디카페인이 자리 잡아 가는 양상을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심리적 ROI’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디카페인 제품을 선택하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동시에 카페인 과다 섭취에 대한 불안, 수면 방해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다고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대비 심리적 만족과 건강상의 이득을 동시에 얻는다는 계산이 디카페인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직장인과 야근이 잦은 개발자, 교대 근무자 등 수면 리듬이 불규칙한 계층에서 디카페인을 일종의 ‘수면 위생 관리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브랜드별 성장률을 보면 디카페인 시장의 확장 속도가 더 뚜렷하다.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서는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음료 연간 구매 추정액이 15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8퍼센트 늘었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같은 기간 디카페인 제품군이 48.4퍼센트 성장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디카페인 선택 옵션을 빠르게 확대한 결과, 매장 내에서 카페인 함량과 수면 패턴을 스스로 조절하려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에서는 성장률이 더 가파르다. 메가MGC커피의 디카페인 구매 추정액은 4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0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포즈커피는 무려 127.2퍼센트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층에서도 건강과 수면의 질을 중시하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카페인 메뉴가 고가·저가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표준 옵션으로 편입되는 구조다.

 

디카페인 커피의 수요 급증은 식품 과학과 헬스케어 기술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 원두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친 제품으로, 이 과정에서 원두의 향미 손실을 최소화하는 추출·정제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식품 업체들은 이산화탄소 추출, 물 추출 등 다양한 공정을 고도화해 잔류 카페인을 줄이면서도 향미를 보존하는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카페인 감지 기술, 잔류량 분석 장비 등 품질 관리 인프라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규제 환경 변화도 디카페인 제품의 기술적 진입 장벽을 높일 변수로 꼽힌다. 내년 3월부터는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퍼센트 이하인 커피 원두를 사용한 제품만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다. 그동안 브랜드별·제품별로 다소 상이했던 디카페인 기준이 제도적으로 정비되면서, 실제 카페인 제거 효율과 분석 정확도가 제품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카페인 분석 장비 도입, 공정 개선, 품질 인증 확보 등 추가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

 

수면과 정신건강을 둘러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의 접점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수면 추적 앱, 웨어러블 기기, 스트레스 모니터링 서비스 등이 일상화되면서, IT 플랫폼 상에서 카페인 섭취 기록을 자동 추적하고, 시간대별 섭취량을 기준으로 디카페인 전환 시점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여지도 있다. 카페인 대사 속도, 유전자형 정보 등을 활용해 개인별 카페인 민감도를 분석하고, 맞춤형 음료 선택을 안내하는 정밀 맞춤형 영양 서비스와 연동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카페인 섭취가 수면장애, 불안장애, 심혈관 질환 위험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나오며, 카페인 저감 식품 개발이 기능성 식품 산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수면장애와 관련된 진료 인원이 늘고,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카페인 관리가 일상적인 건강 관리 루틴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그 출발점에 놓인 대중형 제품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디카페인 시장의 성장 속도가 단기 유행을 넘어, 카페인 대체 성분 개발과 기능성 표시 확대 등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카페인 흡수 지연, 각성 효과 완화 등을 목표로 한 바이오 소재 연구와, 카페인 섭취와 수면·심박·스트레스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이 결합될 경우, 커피 한 잔의 의미가 단순 기호식품을 넘어 건강 관리 도구로 재정의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커피 산업은 맛과 가격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체 리듬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개인 맞춤형 카페인 관리’로 무게중심을 옮겨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규제 기준 강화와 소비자 인식 변화 속에서, 디카페인 커피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 산업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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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커피#엠브레인딥데이터#스타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