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완만한 개선 흐름”…미국 증시, 지표 호재에도 약세 출발에 눈치보기 장세
5일(현지시각 기준) 뉴욕(뉴욕) 증시에서 미국(USA) 주요 지수가 노동시장 지표의 완만한 개선 흐름 속에서도 장 초반 약세로 출발했다.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공식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지연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감원 계획과 실업수당 청구, 추정 실업률 등 대체 지표를 근거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 경기와 고용 흐름을 가늠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12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발표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를 대기하는 관망 장세와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현지시각 5일 오전 10시 19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2.47포인트(0.03%) 하락한 4만7천870.4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2.65포인트(0.04%) 내린 6천847.07, 나스닥 종합지수는 30.46포인트(0.13%) 떨어진 2만3천423.63에서 거래됐다. 노동지표가 단기적으로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음에도 주요 지수는 소폭 약세를 보이며 최근 상승분을 되돌리는 양상이다.

이날 시장의 초점은 비농업 고용지표 공백을 메우는 각종 노동시장 통계에 맞춰졌다. 인사 컨설팅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11월 미국 기업의 감원 계획 인원이 7만1천32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달 대비 53% 줄어든 수치로, CG&C는 단기적으로 감원 압력이 크게 완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11월 기준 올해 누적 감원 계획 규모가 2022년 7만6천835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구조조정 흐름이 완전히 진정된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부는 같은 날 발표한 주간 실업보험 청구 통계에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 동안 계절 조정 기준 신규 청구 건수는 19만1천 건으로, 직전주의 21만8천 건에서 2만7천 건 줄었다. 노동부는 최근 수주간 이어진 감소세가 노동시장의 완만한 개선 흐름을 반영한다며, 고용 여건이 급격한 냉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는 않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자체 추정한 11월 실업률을 4.44%로 제시해 전월 4.46%에서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추정 실업률의 미세한 하락에 대해 고용 상황이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조치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통상적인 비농업 고용보고서 발표가 연기된 상황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셧다운 여파가 12월 FOMC 전까지 이어지면서 통화정책 당국과 투자자 모두 비공식·대체 지표에 의존해 고용 상황을 평가해야 하는 부담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고용 관련 공식 통계의 공백이 커질수록 연준(Fed)의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에도 불확실성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12월 기준금리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PCE 물가지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일 공개 예정인 PCE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로, 향후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시장에서는 PCE가 예상보다 빠른 둔화를 보일 경우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완화하고 완만한 완화 기조로 선회할 여지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대로 물가 둔화 속도가 기대를 밑돌면 고금리 유지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LPL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수석전략가는 섹터 흐름 변화를 언급하며 위험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섹터 로테이션은 호황장의 생명줄”이라고 전제하며 “이번 사이클에서는 주로 빅테크가 상승을 주도했고, 이어 다른 경기민감 섹터로 매기가 확산되는 양상이었다”고 평가했다. 턴퀴스트 전략가는 “최근에는 빅테크에서 방어적 섹터로 수급이 이동하고 있어 4월 반등 이후 처음으로 눈에 띄는 위험회피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고점 수준에서 증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과정일 수 있지만, 흐름 전환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진단은 미국 증시가 단기 피로 누적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함과 동시에, 통화정책과 성장 모멘텀의 방향 전환에 따라 자금 흐름이 재편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종별로는 금융과 에너지 업종이 장 초반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금리 및 수익률 곡선 변화에 민감한 금융주는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 수익성 방어 기대가 반영되는 분위기다. 에너지 업종은 국제 유가가 보합권에 머물고 있음에도 산유국의 공급 조정 가능성이 부각되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반면 기술과 소비재 업종은 약세를 나타내며 성장주 전반에 대한 경계 심리가 재확인됐다.
종목별로는 기술 대형주 메타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메타버스 관련 투자 예산을 30%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비용 통제와 수익성 개선 기대가 부각돼 주가가 4% 넘게 올랐다. 소매 유통주에서는 미국 할인매장 체인 달러제너럴이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영향으로 10% 이상 강세를 기록했다. 달러제너럴은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존 최대 6.30달러에서 6.30~6.50달러 범위로 높였다고 공시해, 경기 둔화 국면에서 저가 소비 선호가 강화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반면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업체 스노우플레이크는 회계연도 4분기 매출과 이익 가이던스가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면서 10% 넘게 하락했다. 성장 기대에 비해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주요 증시는 같은 시각 반등 흐름을 보이며 미국 시장과는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유로존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0.47% 오른 5천721.17을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영국(London) FTSE100 지수와 프랑스(France) CAC40 지수도 각각 0.17%, 0.40% 상승했고, 독일(Germany) DAX 지수는 0.76% 오르며 비교적 견조한 상승폭을 보였다. 미국의 노동지표와 통화정책 변수에 민감한 뉴욕증시와 달리 유럽 시장은 국내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에 더 초점을 맞추며 제한적 회복세를 시도하는 양상이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과 유럽 증시의 엇갈린 흐름을 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역별 성장 전망과 통화정책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재조정하는 국면”이라고 전하고 있다.
원유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같은 시각 근월물인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과 거의 변동이 없는 배럴당 58.95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수요 전망을 짓누르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가능성과 공급 조정 기대가 맞서며 뚜렷한 추세 형성을 제약하는 모습이다. 원유시장 참가자들도 미국 금리 경로와 소비 여력을 가늠할 PCE 등 향후 지표를 지켜보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노동시장의 완만한 개선과 증시의 제한적 조정이 당분간 병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용 여건이 급랭하지 않는 선에서 완만히 식어가는 상황이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와 맞물릴 경우, 시장은 향후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를 둘러싼 기대를 미세 조정할 전망이다. 노동지표와 물가지표 사이에 온도차가 벌어질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말 FOMC를 전후해 발표될 각종 지표가 통화정책과 자산가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