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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U큐브샛으로 실전훈련”…한컴, 공군 우주인력 키운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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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데이터 분석과 초소형 위성 기술이 국방 우주 인력 양성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한컴그룹 계열사 한컴인스페이스가 공군사관학교와 손잡고 위성 개발부터 발사, 운용까지 연계한 실전형 교육 과정을 설계하면서다. 위성 제작과 궤도 투입을 실제 경험한 장교候보생을 길러내는 모델이어서, 국방 우주전력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컴인스페이스는 공군사관학교가 추진하는 항공우주비행체 인공위성 KAFASAT 2 시험 실습교육과정을 수주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업 기간은 2027년 12월 29일까지 약 2년이며, 교육의 핵심은 사관생도가 학부 과정에서 초소형 위성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과 시험을 거쳐 실제 발사 단계까지 이어가는 데 있다. 해당 위성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6차 발사에 부탑재 위성으로 참여해 우주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한다.  

KAFASAT 2는 6유닛 규격의 큐브샛 형태로 설계된다. 큐브샛은 10센티미터 정육면체를 기본 단위로 모듈형 조립이 가능한 초소형 위성을 뜻하며, 6유닛은 이 기본 블록 6개를 연결한 크기다. 한컴인스페이스는 해당 사업에서 6U 큐브샛 비행모델 개발을 총괄하고 발사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지원한다. 초소형 위성 플랫폼 제시, 위성 체계 설계, 임무와 시스템 분석, 비행소프트웨어 개발, 지상국 연계 활용 방안 수립까지 위성 개발 전 주기를 포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성의 주 임무는 광학 카메라를 활용한 지구 관측이다. KAFASAT 2가 수집하는 영상 데이터는 지리정보 시스템 응용을 비롯해 재난 상황 관측, 도시 계획 수립, 국가 안보 감시 등으로 연계된다. 교육 과정에서 확보되는 데이터 역시 실제 상용 위성 사업과 유사한 형태로 전처리, 분석, 활용 단계를 밟도록 설계해, 사관생도에게 데이터 기반 작전 기획과 정보 판단 과정을 익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는 세 가지 축이 병행된다. 첫째, 궤도 환경을 반영한 위성 플랫폼 설계와 탑재체 구성이다. 목표 임무 해상도, 촬영 주기, 전력 예산, 궤도 유지 전략 등을 반영해 시스템 수준에서 트레이드오프를 수행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둘째, 비행소프트웨어와 지상국 운영 로직 개발이다. 궤도 상에서의 자세 제어, 임무 스케줄링, 통신 프로토콜, 안전 모드 전환 등은 실전 운용에 직결되는 요소로, 교육 과정에서 반복 시뮬레이션과 하드웨어 인더루프 시험을 거치게 된다. 셋째, 지상국과 연계한 데이터 수신, 저장, 처리 체계 구축이다. 위성이 내려보내는 원시 데이터를 복원하고 기하 보정과 방사 보정을 수행한 뒤, 실제 정보자산으로 가공하는 파이프라인을 경험하도록 구성한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제작과 검증 단계에서 필요한 환경 시험과 기능 시험, 조립 시험 등 일련의 자격 검증 절차를 지원한다. 열진공 시험과 진동 시험처럼 발사 및 우주 환경을 모사하는 검증 과정을 사관생도가 동행하도록 해, 위성 수명과 신뢰성에 직결되는 시험 공정을 직접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종적으로 개발을 마친 KAFASAT 2는 누리호 6차 발사 일정에 맞춰 발사 서비스까지 연계된다. 교육과 실제 발사 프로젝트가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되는 구조여서, 위성 개발 사이클 전체를 학부 과정에서 경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사업은 국내에서 늘어나는 국방 우주 자산 운용 수요에 대응하는 측면도 크다. 기상 정보, 정찰, 통신, 항법 등 다양한 군사 임무에 초소형 위성이 투입되는 추세 속에서, 실질적으로 시스템을 이해하고 운용할 수 있는 장교 인력의 공급이 병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군사관학교는 교육과정을 통해 향후 군집위성 운용, 우주 감시, 우주영역인식 역량을 선도할 실무형 장교를 조기에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이미 6U급 지구 관측 초소형 위성 세종 4호를 자력 개발해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발사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지상국과의 교신 및 목표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자사 플랫폼이 실제 궤도 환경에서 검증된 만큼, 이번 공군사관학교 사업에서도 설계 상의 리스크를 낮추고 운용 노하우를 교육 과정에 녹여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회사는 세종 4호를 계기로 군집위성 체계 구축과 인공지능 기반 위성 데이터 분석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입체적 지구 관측 데이터 확보를 통해 글로벌 인텔리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국방 우주 분야 글로벌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모델은 인력 양성과 자산 운용을 동시에 겨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 공군사관학교와 일부 동맹국 군사 교육기관은 이미 큐브샛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우주전력 교육을 강화해 왔으며, 소형 위성을 이용한 실습형 교육은 우주 작전 기획 능력 제고에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누리호 발사 경험이 축적되고 초소형 위성 제작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교육기관과 민간 위성 기업의 협업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컴인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국방 우주 자산 운용 교육과 실 위성 개발 및 발사를 결합한 실전형 프로그램으로 규정했다. 회사는 우주 자산 확보 계획에 맞춰 운용 인력의 조기 양성과 초소형 위성 기술 경쟁력 제고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다. 산업계에서는 공군사관학교와 같은 수요기관이 늘어날 경우 민간 우주기업의 교육용 플랫폼 사업과 발사 서비스 연계 시장이 새롭게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방 우주 자산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위성 기술 역량과 함께 사람을 어떻게 길러낼지가 우주전력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한컴인스페이스와 공군사관학교가 맞물려 추진하는 이번 프로그램이 실제 시장과 작전 환경 모두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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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인스페이스#공군사관학교#누리호6차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