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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도 디지털 관리”…편의점 위생사고, IT로 막을까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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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서 소변이 담긴 병이 발견된 사건이 공공 위생 불안을 키우며, 유통·식품 산업 전반에서 IT 기반 위생·보안 인프라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진열대 위조 행위를 즉시 감지하고, 제품 이력과 개봉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식품 안전 관리 체계가 단순 위생관리에서 데이터 기반 감시·예방 체계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의 한 편의점에서 5월 한 남성이 소변을 채운 플라스틱 병을 음료 진열대에 몰래 올려둔 뒤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겉라벨에는 일반 음료처럼 차라고 표기돼 있었고, 실제 고객이 구매해 뚜껑을 연 뒤 강한 악취로 신고하면서 상황이 드러났다. 점포는 진열된 음료를 전수 점검해야 했고, 영업 차질과 폐기 비용이 발생했다. 경찰은 매장 내 폐쇄회로 영상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현재 대부분의 편의점과 마트는 방범 목적의 CCTV를 중심으로 매장을 관리한다. 그러나 단순 녹화와 사후 확인에 그쳐, 실제로 진열대에서 어떤 변조가 이뤄지는지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지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상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매장 관리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AI 영상 분석은 사람의 시선 대신 카메라와 알고리즘이 매장의 움직임을 24시간 모니터링해, 비정상적인 행동 패턴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동일 고객이 음료를 들고 다니다가 원래 위치가 아닌 곳에 다시 두거나, 손에 든 병과 진열대 병이 교체되는 장면, 개봉 흔적이 있는 병이 진열대에 다시 놓이는 상황을 이상 행동으로 분류해 알람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이 외부에서 가져온 병을 기존 상품처럼 위장해 올려두는 경우를 걸러내려면, 물리적 패턴 인식뿐 아니라 제품 정보와 연결된 디지털 인증 체계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RFID와 NFC 같은 근거리 무선 식별 태그가 거론된다. 음료 병마다 저가 태그를 부착하고, 진열대 하단이나 선반에 센서를 설치하면, 선반 위에 존재해야 할 태그 목록과 실제 감지된 태그를 실시간으로 대조할 수 있다. 태그가 없는 병, 혹은 리스트에 없는 식별자가 감지될 경우 즉시 직원에게 경고를 보내고, CCTV 영상과 연계해 행위자를 추적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제품 개봉 여부를 감지하는 스마트 캡 기술도 식품·음료 업계가 검토하는 영역이다. 스마트 캡은 병뚜껑 내부에 미세 압력 센서나 일회성 전기 회로를 삽입해 처음 개봉 시 전기적 신호나 패턴 변화가 발생하도록 설계된다. 캡이 한 번이라도 열리면 병의 고유 ID에 ‘개봉’ 상태가 기록되고, 이후 유통 과정에서 선반 리더기나 물류 센서가 이를 읽어 진열 제한 경고를 띄운다. 현재는 주로 고가 주류나 의약품 포장 등에 시범 적용되고 있으나, 제조 원가 하락과 함께 대중 음료로의 확대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제품 이력 관리 측면에서는 생산에서 진열까지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이력 관리 플랫폼이 위조 예방 수단으로 거론된다. 제조 단계에서 병마다 고유 식별 정보를 부여하고, 물류 창고, 배송 차량, 매장 입고, 진열 시점까지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이나 중앙 서버에 차례로 기록하면, 매장에 있는 물품의 원천과 이동 경로를 역추적할 수 있다. 진열대에 놓인 병의 코드가 중앙 이력과 일치하지 않으면, 정품이 아닌 것으로 판정하고 자동 회수할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한 번 기록된 이력이 수정되기 어려워, 의도적인 데이터 조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식품 위·변조 방지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유통 대기업들은 이미 비슷한 방향의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다. 북미와 유럽 일부 대형마트는 AI가 CCTV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도난 의심 행동을 탐지하고, RFID 기반 자동 재고 관리 시스템으로 진열대 품목을 분 단위로 모니터링한다. 유럽에서는 특정 유제품과 육류에 대해 생산지와 냉장 상태를 QR코드와 블록체인으로 연동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원래 식품 안전과 신선도 관리, 재고 최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번 일본 사건처럼 비정상적인 병의 유입을 감시하는 용도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다만 디지털 위생 감시가 확산될수록 개인정보와 감시 사회 논란도 커질 수 있다. 영상 인공지능이 소비자의 동선, 행동 패턴, 손에 든 상품까지 세밀하게 분석하는 만큼, 데이터 수집 범위와 보관 기간, 활용 목적을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국가는 매장 내 AI 영상 솔루션을 도입할 때 얼굴 인식 기능을 제한하거나, 영상 데이터의 익명화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식품 위생 보호를 이유로 과도한 감시를 정당화하기보다, 최소한의 정보로 최대의 안전 효과를 내는 기술·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식품과 공공 위생을 위한 기술 규제도 점차 체계화되는 추세다. 각국 보건 당국과 식품 안전 기관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해 요인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 패키징, 온도·위생 센서, 디지털 이력 관리 도입을 가이드라인와 인증 제도에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감염병 확산 이후 공공 위생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물리적 방역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위생 인프라를 필수 공공재에 가깝게 보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 편의점 사건이 ‘일탈적 범죄’에 그치지 않고, 유통·식품 산업 전체의 디지털 안전망 강화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유통 IT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모든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지만, 비정상 패턴을 조기에 포착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역할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앞으로 위생·안전과 관련된 소비자 불안을 줄이기 위해, AI·IoT·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균형 있게 매장 현장에 녹여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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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편의점#식품위생#ai영상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