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매출 급감…국내방송산업 2년째 역성장 지속
국내 방송산업 매출 감소세가 거세지고 있다. 2003년 이후 처음 역성장을 기록한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매출이 줄며 2년 연속 하락 국면이 이어졌다. 광고와 수신료라는 전통적 수익원이 동시에 꺾인 가운데, 방송시장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디지털 광고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 변화가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방송과 IT 플랫폼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기술·콘텐츠·수익모델 전환 없이는 하락 흐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31일 발표한 국내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매출액 기준 전체 방송시장 규모는 18조 8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255억원, 비율로는 0.7퍼센트 감소했다. 조사 대상에는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중계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 IPTV 제공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이 포함됐다.

사업자별로는 IPTV 제공사업자와 IPTV 콘텐츠사업자 매출만 늘었다. 지상파 방송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중계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는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통 방송 영역의 수익 구조가 빠르게 위축되고, 네트워크와 플랫폼 중심 사업자의 비중이 커지는 양극화 흐름이 고착되는 모습이다.
전체 매출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광고 부진이었다. 지난해 방송광고 매출은 2조 307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32억원, 7.4퍼센트 줄었다. 대부분 사업자군에서 광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모바일 광고로의 예산 이동과 광고주 타깃 전략 정교화가 방송광고의 상대적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타격은 특히 컸다. 지상파 총 매출액은 3조 5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3억원, 5.4퍼센트 줄었다. 지난 10년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광고가 2년 연속 크게 꺾이며, 지난해 광고 매출은 8357억원에 그쳤다. 2014년 47.4퍼센트였던 지상파 광고 매출 비중은 지난해 23.7퍼센트까지 낮아졌다. TV수신료도 2023년 7월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의 영향으로 349억원, 5.0퍼센트 감소했다. 광고와 수신료라는 이중 축이 모두 약화되면서 지상파의 사업 기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 전체로 보면 매출은 간신히 플러스였다. 유료방송 총 매출액은 7조 2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3억원, 0.05퍼센트 증가에 그쳤다. 숫자상 증가이지만 사실상 제로 성장이다. 성장률 추이도 빠르게 둔화됐다. 2018년 8.0퍼센트에 이르던 유료방송 매출 성장률은 해마다 급격히 떨어져, 2023년에 이어 0퍼센트대 성장률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구독형 유료방송 모델이 가입자와 매출 모두에서 한계 구간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매체별로는 IPTV가 유일하게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 덕분에 IPTV 매출은 지난해 5조 783억원을 기록하며 1.4퍼센트 늘었다.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콘텐츠 주문형 서비스, 클라우드 기반 미디어 플랫폼 등 IT 인프라와 연계한 사업 확장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종합유선과 중계유선방송, 위성방송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실적이 나빠지면서 종합유선과 중계유선은 1조 6835억원으로 2.9퍼센트 줄었고, 위성방송은 4742억원으로 3.6퍼센트 감소했다.
콘텐츠 사업자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부문은 혼조 양상이었다. PP 전체 매출액은 7조 1356억원으로 전년보다 432억원, 0.6퍼센트 증가했다. 이 가운데 홈쇼핑을 제외한 종합편성 PP, 보도전문 PP, 일반 PP 등의 매출은 3조 7187억원으로 1172억원, 3.3퍼센트 늘었다. 프로그램 제공 매출이 5.4퍼센트 늘며 콘텐츠 공급 비즈니스는 성장했지만, 광고 매출은 6.3퍼센트 줄어 전체 수익성을 제약했다. 채널 단위 광고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고 스트리밍 환경에 맞는 타깃 광고, 데이터 기반 광고 기술 전환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쇼핑 PP 매출은 후퇴했다. 전체 매출은 3조 4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740억원, 2.1퍼센트 줄었다. TV홈쇼핑 매출은 2020년대 들어 지속 감소세로, 지난해에는 2조 6425억원 수준에 그쳤다. 모바일 커머스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소비가 이동하면서 전통 TV홈쇼핑의 영향력이 빠르게 낮아진 결과다. 다만 데이터홈쇼핑 매출은 7743억원으로, 전년 1.6퍼센트 감소에서 1년 만에 반등했다. 데이터 기반 상품 추천과 결제 연계 등 IT 요소를 접목한 홈쇼핑 모델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 측면에서도 정체가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는 3632만단자로, 전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가입자 증가율은 2년 연속 0퍼센트로, 신규 가입자 유입과 해지가 맞물리며 전체 규모가 늘지도 줄지도 않는 박스권을 형성했다. 가구당 다중 가입, 대체재로서 OTT 확산, 청년층의 TV 이탈이 겹치면서 전통 유료방송의 성장 여지가 좁아졌다.
수출 성적은 분야별로 희비가 갈렸다. 지난해 방송프로그램 수출액은 6억 1158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상파 수출은 9101만달러로 4.4퍼센트 줄었다. PP는 2억 9475만달러로 3.1퍼센트 늘었고, IPTV 콘텐츠사업자는 2억 2582만달러로 21.1퍼센트 감소했다. 포맷, 드라마, 예능 등 방송 콘텐츠의 해외 판매 구조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사업자별 협상력과 유통 전략 차이가 실적 격차로 이어진 모습이다.
주요 수출 거래처로는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가 71.3퍼센트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플랫폼에 콘텐츠를 통째로 공급하는 방식이 주류가 됐다는 의미다. 뒤를 이어 해외 유통배급사가 17.1퍼센트, 해외 방송사가 6.6퍼센트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이 23.8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19.0퍼센트, 싱가포르가 5.2퍼센트 순이었다. 한류 콘텐츠 인기가 아시아와 북미를 중심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유럽·중동 등 신규 시장 개척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용 지표도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방송산업 종사자 수는 3만 7427명으로, 전년 대비 872명, 2.3퍼센트 줄었다. 지상파 종사자는 1만 2593명으로 4.5퍼센트 감소했고, 유료방송 종사자는 5968명으로 0.6퍼센트 줄었다. PP 종사자는 1만 7049명으로 0.9퍼센트 감소했고, IPTV 콘텐츠사업자 종사자는 1817명으로 4.0퍼센트 줄었다. 광고와 수신료 축소가 인력 구조조정과 신규 채용 위축으로 곧바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태조사가 방송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와 IT 융합 전략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모바일 플랫폼, 데이터 기반 광고 기술이 미디어 생태계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통 방송사업자는 네트워크, 데이터,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 확보가 과제가 되고 있다. 동시에 수신료 제도 개편, 콘텐츠 투자 인센티브, 공정한 광고 거래 환경 조성 등 정책·제도 정비 없이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홈페이지와 방송통계포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업계는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매출과 고용 구조 변화를 토대로, 방송과 IT·플랫폼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환경에서 어떤 생존 전략과 협업 모델을 구축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