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대형주 투자경고 72건…SK하이닉스·SK스퀘어, 1년 새 200퍼센트 넘게 급등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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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1년 새 주가가 200퍼센트를 훌쩍 넘게 오르면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과거 코스닥 중소형주 중심이던 시장경보가 코스피 대형주로 확산되며 개인 투자자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유입과 대형주 쏠림 현상이 겹친 결과로 해석하면서도, 조정 국면 진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는 11일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두 종목의 전날 종가는 1년 전인 2024년 12월 10일 종가 대비 200퍼센트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고, 동시에 최근 15거래일 종가 가운데 최고가를 경신했다. 거래소는 이 같은 비정상적인 급등 흐름을 투자경고 지정 사유로 제시했다.

SK하이닉스·SK스퀘어 투자경고 지정…코스피 대형주 경고 건수 급증
SK하이닉스·SK스퀘어 투자경고 지정…코스피 대형주 경고 건수 급증

시장경보 제도는 소수 계좌로 매매가 몰리거나 일정 기간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우려가 제기되는 종목에 대해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한 장치다. 단계는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의 세 단계로 나뉜다. 투자경고 종목이 된 경우 신용융자를 이용한 매수가 제한되고, 지정 이후에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일정 기간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가장 높은 단계인 투자위험으로 지정되면 지정 당일 하루 동안 해당 종목의 거래가 중단된다.

 

전날 SK하이닉스는 58만7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 종가 17만400원과 비교하면 244퍼센트 급등한 수준이다. 같은 날 SK스퀘어는 32만4천원으로 마감해, 1년 전 7만8천200원 대비 314퍼센트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이클 회복 기대와 그룹 지배구조 재편 기대 등이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경고 지정 소식이 전해진 11일 오전 이들 종목은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 56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0.68퍼센트 하락한 58만3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SK스퀘어 역시 같은 시각 전날보다 1.70퍼센트 내린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반면 같은 시간 코스피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결정 영향으로 0.64퍼센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경고 지정 종목들이 상승장에서는 소외되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71퍼센트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중심으로 강세장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대형 성장주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편입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통상 코스닥 시장의 중소형 테마주가 투기성 매수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며 투자경고 명단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대형주가 연이어 경고 대상으로 지정되는 점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현대로템과 현대약품을 주가 급등에 따른 투자경고 종목으로 추가 지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롯데관광개발도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투자주의 종목으로 분류돼, 향후 투자경고 상향 가능성을 시장에 알리는 단계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시장경보를 통해 개별 종목의 과열을 사전에 경고하는 한편, 불공정거래 징후가 포착될 경우 별도 심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총 72건이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 연간 투자경고 지정 건수 44건을 이미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시장경보 최상위 단계인 투자위험 지정도 올해 7건까지 늘어 전년 1건과 비교해 7배 증가했다. 대형주까지 포함한 시장 전반의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통화완화 기대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대형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투자경고와 투자위험 지정이 늘어난 상황에서 단기 급등주 중심의 추격 매수는 손실 위험이 크다며 실적과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시장경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과열 구간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은 글로벌 금리 수준과 수급 환경, 실물 경기 흐름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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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sk스퀘어#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