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4,000선 회복…오라클발 기술주 쇼크에 약세 출발
18일 코스피가 미국 기술주 급락 여파로 장 초반 4,000선을 내줬다가 낙폭을 줄이며 장중 4,000선을 회복했다. 오라클발 기술주 조정과 마이크론의 호실적, 연준의 완화 기조 기대가 맞물리며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에 민감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수급 불안과 업종별 차별화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93포인트 1.38 내린 4,000.48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66.81포인트 1.65 떨어진 3,989.60에서 출발한 뒤 한때 3,980.69까지 밀리며 4,000선이 붕괴됐지만,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락 폭을 다소 줄였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5원 내린 1,477.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 변동성이 크지 않은 가운데 주식시장 수급 요인이 지수 방향성을 좌우하는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396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약세를 주도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146억 원, 기관투자가는 165억 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하락장 속에서 저가 매수에 나섰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345억 원, 179억 원 규모로 매수 우위를 보였고, 외국인은 614억 원 순매도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해 국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47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1.16 하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1.81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큰 조정을 받았다.
미국 증시 약세에는 오라클의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투자 계획이 핵심 투자자 이탈로 난관에 부딪힌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오라클의 투자 차질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공지능 성장 기대가 위축됐고, 관련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흔들렸다. 오라클 주가는 5.40 급락했고, 엔비디아 3.82, 브로드컴 4.48, TSMC 3.45 등 주요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종목도 4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다.
다만 장 마감 이후 발표된 마이크론의 실적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면서 시간외 거래에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국내 반도체 대표주에도 실적 기대가 일부 반영되며 낙폭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는 기술주 이외 업종을 중심으로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준 차기 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현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50에서 100bp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월러 이사는 미국 고용 상황이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러한 연준의 비둘기파 발언이 일부 비기술주 섹터의 하락 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되면서 경기 민감주 전반에 대한 투매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는 같은 시각 0.93 내린 10만6천900원에 거래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00 상승한 55만6천500원에 거래되며 반도체 대표주 간 등락이 엇갈렸다. 오라클발 기술주 조정과 마이크론 호실적이 동시 반영되며 개별 종목별로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그 밖의 대형주는 종목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SK스퀘어는 1.41 상승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도 각각 1.03, 0.41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3.08 하락했고, 두산에너빌리티 1.72, 셀트리온 1.24, 현대차 1.22, 기아 0.99 떨어지는 등 주요 제조와 자동차주가 약세를 보였다.
전날 미국 포드와의 유럽 전기차 공급 계약 해지 소식을 공시한 LG에너지솔루션은 7.34 급락하며 낙폭이 두드러졌다. 대형 2차전지주의 수주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약세를 기록했다. 화학 업종 지수는 3.24 하락했고, 금속 업종은 3.06 떨어졌다. 전기와 가스 업종 지수는 2.42 내렸으며, 기계와 장비 1.74, 운송장비와 부품 1.73, 의료와 정밀 업종도 1.43의 상대적으로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0.25포인트 1.13 낮은 900.82에 형성됐다. 코스닥은 11.77포인트 1.29 떨어진 899.30에서 출발한 직후 895.19까지 밀리며 900선이 무너졌다가, 이후 매수세 유입으로 하락 폭을 일부 줄였다. 코스닥 지수가 장중 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매도 우위가 두드러졌다. 개인은 413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약세를 키웠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6억 원, 97억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닥에서도 저가 매수에 나섰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에서는 제약과 로봇 등 일부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다. 에임드바이오는 4.18 상승했고, 로보티즈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각각 1.27, 1.12 올랐다. 에이비엘바이오도 0.99 상승했다.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서도 개별 모멘텀을 보유한 성장주의 선별 매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2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비엠은 4.95 하락했고, 펩트론 3.90, 에코프로 3.78 떨어지는 등 일부 시가총액 상위 성장주에서는 차익 매물이 출회됐다. 그동안 큰 폭으로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수익 실현 욕구가 커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오라클발 기술주 조정과 마이크론 호실적이 맞물린 미국 증시의 변동성, 연준의 완화 기조 기대 등 대외 변수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수급과 업종별 차별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연준 발언과 미국 빅테크 실적, 환율 흐름이 추가 방향성을 가를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