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빵 냄새와 바닷속 세상”…일산에서 만나는 가을의 특별한 하루

정유나 기자
입력

요즘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도심에서 계절의 무드를 오롯이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엔 여행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어야 나섰던 일산 나들이지만, 지금은 빵집과 아쿠아리움, 카페를 도는 삶의 루틴이 됐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일산서구 대화동 아쿠아플라넷은 가족 고객들에게 “도심 속 푸른 바다 세계”라 불린다. 거대한 수조를 누비는 상어, 가오리, 네온빛 물고기들을 아이와 함께 바라보면, 자연과 인간이 어깨를 맞대는 듯 평소와는 다른 감각이 밀려온다. 같은 동네에서 자라온 엄마 박은지(38) 씨는 “예전에는 바다를 보려면 먼 곳으로 떠나야 했는데, 지금은 가까운 곳에서도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다”고 고백했다.

일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일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아이 손을 잡고 찾은 뽀로로파크 일산킨텍스점은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테마 그대로, 뛰고 구르고 웃는 아이들의 소음이 울려 퍼진다. 퇴근한 아빠와 엄마, 혹은 할머니 손을 잡은 아이들까지 가족의 모습도 다양하다. SNS에는 ‘육아 퇴근 후 뽀로로파크’ 해시태그 인증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가을 햇살이 좋을 땐 향긋한 베이커리 카페 투어도 인기다. 일산서구 탄현동 ‘블레블레’는 매일 아침부터 구워내는 80여 가지 빵과 진열대 뒤로 통창 너머 펼쳐지는 초록 풍경이 어우러진다. 25년 경력 셰프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따뜻한 크루아상과 커피 한 잔은 “이 동네 사는 이유가 된다”는 단골들의 말을 실감하게 한다. “좋은 빵 냄새를 맡다 보면 하루가 덜 지친다”며 방문객들은 일상의 위로를 이야기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30년 경력 제과장이 이끄는 ‘블랑제리에비타숑’(주엽동)에서는 2일간 천연발효시킨 건강빵, 유기농 밀가루로 빚은 바게트 등이 한가득이다. “건강과 취향 모두를 포기하지 않는 요즘,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베이커리들이 동네의 자랑이 됐다”고 한 주민은 표현했다.

 

커피팩토리일산(덕이동)에서는 진한 콜드브루 향이 일상에 작은 쉼표를 더한다. 지인과 담소를 나누는 이들, 아늑한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음미하는 이들까지. “가끔은 집 밖으로만 나와도 작은 여행을 온 것 같다”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와 SNS 트렌드 분석 결과, 일산 내 아쿠아플라넷, 실내 놀이터, 베이커리·카페 콘텐츠 언급량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며 특히 30~40대 가족 단위 이용자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도심 내 일상형 나들이와 미식 소비의 확산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안정과 리셋을 동시에 추구하는 뉴노멀적 라이프 방식”이라 해석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주말이면 아이와 동네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게 소확행이 됐다”, “이젠 멀리 가지 않아도 계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등, 생활 반경 안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만족을 찾는 흐름이 톤을 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상 속 특별함을 발견하는 일산의 하루가 지금은 누군가의 ‘가장 가까운 여행’이자, 나만의 쉼표가 되고 있다.

정유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일산#아쿠아플라넷#베이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