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I가 연애 코치로”…틴더, MZ 데이팅 데이터 공개 파장 촉발

문수빈 기자
입력

데이팅 앱 기반 AI 활용이 MZ 세대 연애 방식까지 재구성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팅 플랫폼 틴더가 공개한 연말결산 데이터에서 젊은 싱글의 상당수가 데이트 코스 추천과 프로필 사진 선정 등에서 인공지능 도움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동시에 정치 성향과 사회 이슈에 대한 입장이 연애 여부를 가르는 핵심 필터로 작동하는 양상도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연애 영역에서의 AI 의존과 가치관 중심 매칭이 향후 소비자 데이터 활용과 알고리즘 설계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틴더는 3일 글로벌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말결산 데이팅 트렌드를 공개했다. 틴더는 시장조사기관 오피니엄에 의뢰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에 거주하는 18세에서 25세 싱글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내년 주요 데이팅 키워드로 정서적 개방성, 진정성, 과감함, 솔직함이 꼽혔다. 응답자의 64퍼센트가 데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감정적 솔직함을 선택했고 60퍼센트는 관계의 목적에 대해 명확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기 표현 방식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응답자의 73퍼센트는 상대 앞에서 꾸밈없는 본인을 드러낼 수 있을 때 비로소 호감을 느낀다고 응답해 연애에서 연출된 이미지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핵심 가치로 부상했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AI 기술은 이 솔직함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흐름이다. 설문에서는 싱글의 76퍼센트가 데이팅 과정에서 인공지능 도움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데이트 코스 추천에 AI를 쓰겠다는 응답이 39퍼센트를 차지했으며 프로필 사진 선택과 자기소개 작성에 AI를 활용하겠다는 응답도 각각 28퍼센트로 집계됐다.  

 

AI가 프로필 텍스트와 사진 조합을 제안하고 동선 추천까지 수행하면서 데이팅 앱은 단순 매칭 플랫폼을 넘어 개인화 추천 엔진으로 진화하는 구조다. 이미지 분석과 자연어 생성 기술을 결합해 이용자의 취향과 성향을 추론하고, 이에 맞춘 소개 문구와 사진 구성을 제안하는 식이다. 알고리즘이 연애 초기 경험을 설계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플랫폼은 더 많은 행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고, 이는 다시 추천 정확도 고도화에 사용될 수 있다. 다만 AI가 만들어준 텍스트가 실제 인물의 정서와 동떨어질 경우, 겉으로는 솔직함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만든 ‘가공된 진정성’이 유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계 형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가치관과 신념으로 수렴하는 추세다. 응답자의 37퍼센트는 연애 관계에서 가치관 공유를 필수 조건으로 꼽았고, 특히 정치적 견해와 사회 이슈에 대한 입장이 중요 기준으로 떠올랐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1퍼센트는 정치 성향이 정반대인 사람과는 교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대 성향도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46퍼센트였지만 성별에 따라 온도 차가 컸다. 남성의 60퍼센트가 반대 성향에 대해 수용 가능하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경우 35퍼센트만이 고려 의사가 있다고 밝혀, 여성 쪽에서 가치관 불일치에 더 민감한 경향을 보였다.  

 

틴더는 이러한 경향을 사회적 분열의 신호라기보다 본인이 믿는 가치와 일치하는 상대를 찾으려는 진정성 추구 과정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응답자들이 회피하는 가치관 유형에서도 사회적 이슈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인종차별 문제를 기피 요인으로 꼽은 비율이 37퍼센트, 가족관을 이유로 든 비율이 36퍼센트,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입장을 이유로 든 비율이 32퍼센트로 나타났다. 평등, 공감, 다양성 존중과 같은 신념이 연애 시장에서 사실상 필수 조건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기본적 예의범절은 여전히 데이팅 매너의 최소 기준으로 남아 있다. 응답자의 54퍼센트는 직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행동을 가장 큰 비호감 요소로 꼽았다. 연애 상대가 타인에게 보여주는 태도를 인간적 신뢰의 지표로 해석하는 경향이다. 이는 감정적 솔직함과 더불어 일상 상황에서의 행동 데이터가 매칭 이후 관계 유지 가능성을 가늠하는 신호로 소비된다는 의미도 갖는다.  

 

사회적 관계망도 데이팅 과정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젊은 싱글 응답자의 42퍼센트는 친구가 자신의 데이팅 생활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37퍼센트는 내년에 그룹 데이트나 더블 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틴더는 향후에는 매칭 상대가 친구들이 참여하는 그룹 채팅방에서 일종의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연애 대상으로 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트렌드는 틴더 내 기능 이용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더블 데이트 기능 이용자의 약 85퍼센트가 30세 미만으로 MZ 세대 중심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여성 이용자는 일반 프로필보다 더블 데이트 프로필에 ‘좋아요’를 보내거나 실제 매칭으로 이어질 확률이 약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블 데이트 매칭의 경우 1대 1 매칭 대비 메시지 교환량이 평균 25퍼센트가량 많았다. 집단 대화 속에서 서로 간의 호감과 신뢰를 확인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화 방식에 대한 선호도도 명확하다. 응답자의 56퍼센트는 솔직한 대화를 데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고 45퍼센트는 거절 상황에서도 상대방으로부터의 공감을 필요로 한다고 답했다. 첫 데이트 형태로는 산책이나 커피처럼 부담이 적고 가벼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전체 응답자의 35퍼센트는 드라마틱한 서사보다 편안하고 차분한 관계를 선호하는 이른바 로우키 러버를 찾는다고 밝혔으며, 여성 33퍼센트와 남성 38퍼센트가 이런 유형을 지향한다고 응답했다.  

 

틴더는 한국 이용자 데이터에서도 로컬 특유의 취향 지형을 추출했다. 인기 셀럽으로는 수지, 마크, 아이유, 로제, 박보검, 손흥민, 에스파, 블랙핑크, 지드래곤, 추영우 등이 언급됐다. 한국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TV 프로그램으로는 나는 솔로, 오징어게임 3, 환승연애 4, 폭싹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등이 꼽혔으며, 관심사 항목에서는 영화, 여행, 음식, 산책 등이 상위에 올랐다. 데이팅 앱 내에서 K콘텐츠와 스포츠 스타를 매개로 한 문화 코드 공유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소셜 플랫폼에 통합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틴더와 같은 데이팅 앱의 데이터 기반 매칭 알고리즘도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 성향, 사회 이슈에 대한 태도, 콘텐츠 취향, 친구 네트워크까지 방대한 신호가 축적되는 구조여서 자칫하면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만 만나는 폐쇄적 거품’을 강화할 위험도 제기된다. 동시에 안전한 매칭, 데이트 폭력 방지, 혐오 발언 필터링 등에 AI를 고도 활용할 여지도 커 플랫폼의 윤리 설계와 데이터 거버넌스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멜리사 호블리 틴더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젊은 싱글들은 이미 많은 일을 해내고 있으며 데이팅 영역에서는 더 쉽고 솔직하며 스트레스 없는 즐거운 연결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 트렌드 전망에서도 싱글들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밝히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당당히 드러내며 정서적으로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정적으로 성숙한 태도는 더 이상 오글거리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AI와 데이터가 설계하는 새로운 연애 문화가 실제 사용자 경험의 개선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주목하고 있다.

문수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틴더#멜리사호블리#나는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