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딴 호주 마을에 상륙한 6명”…중국인 추정 밀입국에 국경 관리 도마 위

최유진 기자
입력

서호주 북부의 외딴 마을 칼룸부루에 중국 국적자로 추정되는 남성 6명이 선박을 타고 상륙한 뒤 마을 주변을 배회한 사실이 알려지며 호주의 국경 관리 체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항공기나 배로만 접근 가능한 고립 지역이 뚫리면서 북부 해역 감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건은 현지 시각으로 월요일, 비번이던 경찰관이 칼룸부루 북쪽 약 12km 지점에서 남성 2명을 처음 목격하면서 시작됐다. 서호주 경찰은 이후 인근 지역을 확대 수색했고, 다음 날 마을 안에서 나머지 4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해안가에 상륙한 뒤 내륙 방향으로 걸어 이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현지 주민들은 이들이 “더운 날씨에도 긴 바지를 입고 있어 눈에 띄었다”며 “마을 사람들과 다른 옷차림과 행동으로 낯설게 느껴졌다”는 취지로 전했다. 서호주 경찰은 이들이 정체불명의 선박을 이용해 단체로 호주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이동 경로나 출발지는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발견된 남성 6명은 먼저 칼룸부루 경찰·다기능 시설로 옮겨져 의료 검진을 받았고, 이후 호주국경수비대(ABF)에 의해 모두 구금됐다. ABF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작전 사안”이라며 자세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조사 진행 상황 역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초 노던테리토리 마닝그리다 지역에서도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8명이 밀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현지 노동자들에게 발견돼 당국에 인계됐고, 언론과 야당은 이를 ‘두 번째 중국인 밀입국 시도’로 지목하며 국경 관리 공백을 문제 삼았다. 이번 칼룸부루 사건까지 더해지며, 유사한 유형의 사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의 앤드루 헤이스티 그림자 내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부 해역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법 선박이 아무런 제지 없이 국경을 통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가 국경 보안과 감시 능력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황은 인신매매 조직과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호주 해역이 허술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북부 연안의 지리적 특성과 인력·장비 부족이 맞물리며 구조적인 취약 지대가 형성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항공이나 선박으로만 접근 가능한 소규모 원주민 커뮤니티 주변 해역은 레이더·순찰망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앤서니 알버니지 호주 총리는 최근 제기된 “국경 단속이 약화됐다”는 비판을 부인했다. 그는 과거 보수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조치와 사례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허가받지 않은 입국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알버니지 총리는 “정부는 불법 입국과 인신매매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며 기존 국경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이민·난민 문제를 둘러싼 호주 사회의 논쟁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경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밀입국 과정에서 인권 침해 가능성, 난민 심사 절차의 투명성 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북부 소규모 커뮤니티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전 우려와 동시에, 발견 즉시 인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호주국경수비대와 서호주 경찰은 남성들의 정확한 신원, 출발지, 이동 경로, 밀입국 조직 개입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당국은 또 다른 상륙 시도가 있었는지, 추가 인원이 인근 지역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주변 해역과 내륙을 점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북부 해역 감시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 여부를 둘러싸고 후속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유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호주국경수비대#칼룸부루#앤드루헤이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