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절차로 내란 책임 규명해야"…전북 정치권, 비상계엄 1년 맞아 강경 목소리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사법적 단죄를 두고 전북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정면 충돌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은 3일, 전북 지역에선 내란 세력 청산을 요구하는 성명과 기자회견이 잇따랐고, 현직 도지사까지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지역 정치가 격랑에 휩싸였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내란 사태에 대한 철저한 사법적 책임 규명을 강조했다. 도의회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준비된 내란에 대해 사법 절차를 통한 엄정한 책임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현직 대통령이 감행한 불법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규정하며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언론 통제, 영장 없는 체포 시도는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주권을 짓밟으려 한 반민주적 폭거였다"고 회고했다.

도의회는 전국 각지에서 분출한 촛불 민심도 상기했다. 도의회는 "도내 곳곳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촛불이 타올랐고 총칼보다 강한 시민의 힘을 보여줬다"며 "내란 극복은 정권 교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법의 심판이 끝날 때까지 헌법과 국민주권을 수호하는 길에서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진영 정당들도 강경한 요구를 쏟아냈다. 정의당 전북도당은 별도 성명을 통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의 진상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고 책임자 상당수는 여전히 단죄받지 못했다"며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자 전원에 대한 무관용 수사·기소는 물론 증거 은폐 시도에 대한 철저한 조사만이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고 책임성이 보장되는 사법 체계의 정비는 내란 세력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구조적·제도적 사법개혁은 즉각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초·광역자치단체장들도 사태 1년을 평가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북자치도 시장군수협의회는 성명에서 "차디찬 거리에서 수백만이 촛불을 들어 민주헌정질서를 당당히 지켜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민생 경제를 회복하고 국제사회 위상을 바로 세우는 등 국가 정상화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1년이 지난 지금도 내란 전담 재판부조차 설치하지 못하는 등 비상계엄의 상처와 혼란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며 "민주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정치적 결단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민주전북혁신회의는 윤석열 정부 3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논평에서 "윤석열 3년은 리더 혼자 모든 것을 잘할 수 없지만, 리더를 잘못 뽑으면 아무것도 잘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12·3 계엄을 진압한 빛의 혁명이 국민주권 정부로 이어졌듯이, 시민을 존중하는 시민주권을 바탕으로 시민의 삶을 책임지고 보장하는 기본사회·일자리와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행정으로 지역을 혁신하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는 보다 급진적인 사회 대개혁을 요구하며 사법부와 보수 정당을 겨냥했다. 내란세력청산·사회대개혁실현 전북개헌운동본부는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위헌의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난 지금 내락의 핵심 세력은 그 누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란 주요 종사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전담재판부 설치 거부는 사법 농단이다. 사법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거대 양당을 향해서도 강한 행동을 요구했다. 전북개헌운동본부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위헌 정당 해산 청구 등 일련의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단순하게 내란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의 역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사회 대개혁의 첫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국민의힘을 정조준하며 정당 해산 수준의 퇴출을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이날 국민의힘 전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앞에 사죄할 마지막 기회마저 스스로 걷어찬 정당은 대한민국 정치에 설 자리가 없다"며 "민주주의를 좀먹는 헌정 파괴의 숙주, 국민의힘은 이 땅에서 퇴장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또 "정권을 내주고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음에도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정당이 국민의힘"이라며 "우리 당은 반성 없는 국민의힘의 완전한 퇴출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별도 성명에서 지역 행정 책임자들의 대응도 문제삼았다. 성명에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날 전북도청과 정읍, 부안, 고창 등 8개 시·군의 청사도 폐쇄됐다"며 "도지사를 비롯한 지역 단체장들이 '내란 부화수행'의 여지를 남겼다는 지역 시민사회의 준엄한 비판에 우리는 주목한다"고 적시됐다. 이 과정에서 부화수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지역 지도층이 내란 사태에 소극적으로 동조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직접 반박에 나섰다. 김 지사는 "저는 그날 계엄의 위헌성에 대해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가장 먼저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청 폐쇄로 소위 부화뇌동한 것 아니냐고 확대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고 그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향후 법적 공방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사법부 개혁과 정당 해산 문제까지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내란 책임 규명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와 사법부가 내란 관련 전담재판부 설치, 책임자 수사·기소,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의 방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