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북은 1% 도전 아닌 99% 책임”...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김관영 정조준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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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기 도지사 후보군이 4자 구도로 압축되는 가운데, 유력 주자들이 일제히 김관영 전라북도지사를 겨냥한 공세로 포문을 열면서 전북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현재까지 4명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이원택 국회의원에 이어 안호영 국회의원, 정헌율 익산시장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며 김관영 지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재선 도전에 나선 김 지사는 이들의 비판에 대한 공개 대응을 자제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3선 연임으로 익산시장에 더는 출마할 수 없는 정헌율 익산시장은 12일 전라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정 시장은 스스로를 행정전문가로 규정하면서 김 지사의 도정 운영을 날카롭게 겨냥했다. 그는 "행정은 디테일"이라고 강조한 뒤 "김 도지사는 디테일이 너무나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금만 신경 쓰면 다 막을 수 있었던 것들인데 정치인들 동원하고, 도민들 동원하고 이게 뭐냐"고 말하며 도정 운영 방식 전반을 문제 삼았다.

 

정 시장의 비판은 전주·완주 행정통합 추진 과정과 핵융합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실패를 겨냥했다. 그는 전주·완주 행정통합이 주민 반대에 밀려 사실상 기약 없이 연기된 점, 약 1조원 규모로 알려진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에서 전라북도가 고배를 마신 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일을 하려면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하는데 마지막에 가서 이렇게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전문가로서의 디테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자신과 김 지사를 대비시키는 전략을 폈다.

 

앞서 11일에는 안호영 국회의원이 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현역 비판에 가세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전북의 현재 경제 상황을 생산·소비·투자 모두 감소하는 이른바 트리플 마이너스 위기로 규정하고, 책임을 김관영 도정에 돌렸다. 그는 "도민의 목소리보다 도지사의 고집을 앞세운 일방적인 리더십은 이제 멈춰야 한다"며 "도민의 기대를 저버린 채 방향을 잃고 표류했던 지난 4년의 과오는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특히 전주·완주 행정통합 추진을 둘러싼 논란을 재차 꺼내 들었다. 그는 김 지사가 주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이날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며 현 집행부의 리더십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가 강조해 온 도전경성,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한다는 태도도 공격 대상이 됐다. 안 의원은 "전북은 1% 도전이 아니라 99% 책임지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 가능성? 도정이 도박판의 베팅인가"라며 김관영 도정의 정책 추진 방식을 직격했다. 또 "김관영 도정은 뻥축구", "윤석열 정권과 코드 맞추기 급급" 같은 표현까지 사용하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출마 선언에 나선 이원택 국회의원도 김 지사와 차별화를 시도해 왔다. 이 의원은 지난 10월 출마 기자회견에서 김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사업을 자신의 공약에서 제외했다. 그는 당시 "탁상행정과 쓸데없는 형식적 도정을 확 바꾸겠다"고 언급하며 대형 이벤트 중심 도정보다 실질 행정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지사는 경쟁 주자들의 연이은 비판에도 당장 정면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김 지사는 이들의 출마 회견을 지켜보면서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정치적 수사로 보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이 전해지고 있다. 도청 안팎에서는 김 지사가 현직 지사라는 이점을 활용해 도정 성과를 부각하는 전략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북 지역 정가에서는 네거티브 선거전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중량감 있는 현역 국회의원과 3선 시장이 대거 도지사 선거전에 가세하면서 정책 경쟁 못지않게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재선, 3선의 의원과 시장이 선거전에 뛰어들다 보니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지역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제 막 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단계에서부터 공약 홍보보다 깎아내리기에 치중하면 남은 기간 네거티브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은 향후 당내 경선 일정 확정과 함께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각 후보 측이 도정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경제·복지·지역균형 발전 공약을 제시하며 차별화에 나설지, 아니면 현역 때리기에 더욱 집중할지가 향후 전북 정가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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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이원택#안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