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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책로 따라 정읍을 걷다”…단풍과 구절초가 빚은 고요한 여행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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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내장산 단풍철만 특별한 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일상 속 고요한 여행지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다.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벗어나 자연과 역사를 느끼고 싶을 때, 정읍의 가을 산책로는 단순한 휴식 그 이상을 선사한다.

 

요즘은 정읍사문화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하얀 구절초가 흐드러지는 구절초지방정원을 걷는 사람이 늘고 있다. SNS에는 백제 여인의 전설이 깃든 망부석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언덕을 수놓은 구절초 물결 위로 가을 빛이 내려앉은 풍경 사진이 잇따라 올라온다. “도서관 옆에 잠깐 머물다 산책로를 걸으니, 내 마음까지 잔잔해졌다”고 고백하는 여행자의 기록도 눈길을 끈다.

정읍사공원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정읍사공원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정읍시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시내 문화공원 및 자연정원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 단위 나들이부터, 혼자 조용히 머무는 1인 여행자까지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정읍에서는 다채로운 문화 체험과 체계적 과학 교육을 접목한 국립전북기상과학관도 인기다. “별 밝은 밤의 천문 체험에 아이가 크게 감탄했다”며 가족 단위 방문자들도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다.

 

트렌드 연구가들은 “자연과 문화, 그리고 개인의 감성을 고요히 채울 수 있는 소규모 여행지가 각광받고 있다”며 “정읍처럼 걷기 좋은 공원, 자연 정원, 미식 공간을 고루 엮은 코스는 현대적 휴식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관계의 밀도를 높이기보다는, 내 속도를 찾아 스며드는 여행이 어느새 새로운 표준이 된 것이다.

 

여행지에 머무는 이들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정읍에서 만난 여행자는 “구절초 정원을 걷고, 샤브샤브집에 들러 든든하게 식사까지 마치니 몸도 마음도 채워졌다”고 표현했다. 커뮤니티에는 “과학관에서 뜻밖의 별자리를 발견하며 아이와 추억을 쌓았다”는 이야기, “내장산 단풍 길 대신 이번엔 고요한 정원길을 택했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는 후기도 이어진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하루의 여행이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숨쉬고 있다. 정읍의 가을은 내 곁에서 잠시 멈추고, 천천히 걷고 싶은 계절의 기호가 된다. 여행자의 취향, 느슨한 만남, 그리고 오롯한 휴식이 뒤섞여 우리의 일상은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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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정읍사문화공원#정읍구절초지방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