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6경기 전설의 마지막 장면”…오승환, 은퇴 결정→삼성라이온즈 팬들 술렁
대구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오승환의 은퇴 소식에 장내가 조용해지다가도 묘한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위기와 환호의 순간마다 살아났던 마무리 투수만의 집중력이, 다시 한 번 시즌의 정점을 향해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변함없이 마운드를 지키던 '끝판대장'의 마지막 무대에 팬들은 각자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삼성라이온즈는 6일, 오승환이 2024시즌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의 주역들까지 모두 현역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오승환은 KBO리그 737경기, 일본프로야구 127경기, 미국 메이저리그 232경기 등 한미일 통산 1,096경기 등판 기록을 남겼다. KBO리그에서 기록한 427세이브, 일본에서의 80세이브, MLB에서의 42세이브는 '월드클래스 마무리'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세 리그 모두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을 쌓은 이력 역시 국내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5년 혜성처럼 등장한 오승환은 데뷔 시즌부터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18이라는 압도적 성적을 기록하며 유니폼의 상징이 됐다. 이듬해에는 WBC 대표팀으로 합류해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등 당대 최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흔들림 없는 면모를 보였다.
WBC 2라운드 미국전에서 김인식 감독의 중용 아래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오승환은 현지 포수 마이클 버렛으로부터 "공이 시속 110마일처럼 느껴진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했지만 결정적 순간마다 힘을 실으며 한국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후 일본 한신 타이거스와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해외 무대에서도 정상급 활약을 이어온 오승환은 40대가 된 현재까지도 자기관리로 국내 마운드를 지켰다. 2009년, 2013년,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한 세대를 관통하는 주인공으로 남았다.
한미일 1,096경기, 통산 세이브 549개. 오승환의 은퇴 선언과 함께 한국·미국·일본 3대 리그와 국가대표 무대에서의 긴 여정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팬들에겐 박수와 환호, 짙은 작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삼성라이온즈는 2024시즌이 끝나는 대로 공식 은퇴 행사를 준비 중이다. 한결같았던 오승환의 유니폼 넘버만큼이나 지워지지 않을 그 존재감은, 야구 팬들의 가슴 한켠에 오랫동안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