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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5G 특화망 100곳 구축…KCA, AI 인프라 확산 속도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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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특화망 이음5G가 국내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KCA는 이음5G를 활용한 서비스 제공 사이트가 제도 시행 4년 만에 100개소를 넘었다고 9일 밝혔다. 제조업에서 물류, 사무공간, 의료와 교육까지 이음5G 기반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초저지연·고신뢰 통신을 전제로 한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수요가 실제 수요처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국내 5G 특화망 시장이 초기 실증 단계를 넘어 본격 확산 국면으로 들어선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KCA에 따르면 5G 특화망 도입 정책이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시행된 이후 이음5G 구축은 연평균 60퍼센트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LG전자가 100번째 특화망 구축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상징적인 100개소를 돌파했다. KCA는 이 수치를 공장·물류센터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데이터 기반 운영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이음5G는 특정 사업장이나 구역 내에서 기업·기관이 자체 구축해 사용하는 전용 5G망을 뜻한다. 일반 이동통신망보다 한정된 구역에 주파수와 장비를 집중해, 고해상도 영상·각종 센서 데이터·로봇 제어 신호를 끊김 없이 실시간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KCA는 이러한 특성이 생산 설비와 로봇, 자율주행 운반 장비, 고정밀 센서 등과 연계될 때 기존 와이파이 기반 무선망이 갖던 지연 시간과 안정성 한계를 보완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AI 대전환 흐름과 맞물려 이음5G는 AI 기반 스마트공장과 AI 물류센터 구축의 기반망 역할을 확대하는 추세다. 수백 대의 로봇과 AGV 무인운반차가 동시에 움직이는 공장에서는 초저지연 통신이 효율성과 안전의 핵심이다. 고해상도 카메라·진동 센서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음5G로 수집·전송해, 클라우드나 엣지 서버에서 AI가 설비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하는 예지보전 체계를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물류와 제조를 넘어 항만·건설·의료·교육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적용 분야도 다변화되고 있다. 스마트 항만에서는 컨테이너 크레인 원격제어, 작업자 위치 모니터링, 장비 상태 진단에 이음5G가 쓰이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는 장비 충돌 방지, 위험 구역 접근 알림, 드론 영상 분석을 통한 공정 관리 등 안전·품질 관제용 통신망으로 도입이 이뤄지는 중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병원 내 이동형 의료기기와 고용량 영상 데이터 전송, 교육 분야에서는 캠퍼스 단위 실감형 콘텐츠 실습 환경 구축에 대한 수요가 포착되고 있다.  

 

스마트오피스 분야도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른다. 통신장비 기업 HFR은 건물 전체를 이음5G 기반으로 묶어 AI 예지보전, AI 안전 서비스, 물류 배송까지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오피스를 구현하고 있다. 전력·냉난방·승강기 등 시설 관리와 출입 통제, 실내 로봇 배송까지 단일 5G 특화망에서 운영하는 구조다. HFR은 5G 특화망 장비를 자체 개발하고 운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중견 통신장비 업체이자 기간통신사업자로, 장비 공급에서 망 운영까지 수직 계열화한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이음5G가 제조업에 한정되지 않고 오피스·서비스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수단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KCA는 2021년 5G 특화망 지원센터를 개설한 뒤 수요기업 발굴과 구축 컨설팅, 실증사업, 제도 개선 등으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왔다. 지원센터는 특화망 도입 타당성 검토와 사업 모델 설계, 주파수 신청·망 설계 지원, 장비 선택과 시범 구축까지 초기 단계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앞으로는 추가 주파수 공급 추진과 함께 수요기업·기관 맞춤형 컨설팅을 강화해, 중소·중견기업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구축 이후 운영 단계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확립해, 인력과 경험 부족으로 특화망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KCA는 또 산업별 특성에 맞는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논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음5G가 산업별 맞춤형 통신 인프라로 뿌리내리려면, 주파수 공급과 장비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실제 수요처에서 활용할 서비스·솔루션 생태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망 구축비와 운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용 인프라 모델, 중소기업 대상 패키지형 서비스, 보안·안전 인증 체계 등도 향후 확산 속도를 좌우할 요소로 거론된다.  

 

이상훈 KCA 원장은 국내 5G 특화망 100개소 달성을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CA 5G 특화망 지원센터의 체계적 지원, 산업계의 적극 도입이 합쳐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음5G가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산업계,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생태계 확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음5G가 초기 확산을 넘어 실제 생산성과 안전, 운영 효율 개선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입증하느냐가 다음 단계 도약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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