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싱가포르 공동성명 목표 재확인”…미국, 북미 협상 재개 의지 시사
미국 정부와 북한 최고위급 간 미묘한 신경전이 재점화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미 대화의 새로운 조건을 언급하면서, 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 대행은 미국은 대화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북미 유해 송환 등 한반도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 정부 입장도 동시에 나와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연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담화를 포함해 북한 지도부의 고위급 성명들을 관심 갖고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의 대북특별부대표도 겸임하는 그는 “대한민국 새 정부는 한반도 전역에서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미 있는 조치를 실행했고, 북한과의 관여 의지를 명확히 했다”고 부연했다.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 모두 북한과의 외교와 관여에 대한 헌신을 보여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이후 이런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과의 협상에 관여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최근 담화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와 변화한 지정학적 환경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이를 토대로 “다른 접촉의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소위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자임하며, 핵 포기가 아닌 군비 통제나 위기관리를 염두에 둔 협상에 한정해서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서는 미국 정부가 대화 재개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의 핵보유 공식화 의지와 맞물려 한반도 정세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체결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이 재조명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이날 “미군 유해 송환은 미국과 북한 간 최우선 협력 목표”라며 “유해 송환 조항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핵심적으로 명시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도 우리는 공동성명에 규정된 원칙들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한미 무역 합의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강화에 양국이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동북아 안보와 경제 도전에 항구적 관심이 있다.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과 도발에 대응해 동맹과 함께 안보 강화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하며 한미일 협력 의지도 드러냈다.
이날 설명회에서 언급된 새로운 대화 가능성은 당분간 북미 간 신경전과 대화 모색이 교차하는 정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과 북한이 각각 내건 조건이 쉽게 조율되긴 어려운 만큼, 당장은 관망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