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 항암제 맡는다”…한독, 독점 유통으로 암 치료 공략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핵심 항암제를 품에 안은 한독이 소화기 암 중심 항암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술 불가능한 진행성 및 전이성 대장암과 위암·췌장암 치료에서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은 약물을 독점 공급하면서, 자체 개발 신약과 오픈이노베이션 파이프라인을 앞세운 다각적 성장 전략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국내 소화기계 항암제 시장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독은 이달 중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와 항암제 엘록사틴과 잘트랩의 국내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내년 1월부터 두 제품의 국내 독점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엘록사틴과 잘트랩은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및 전이성 대장암과 위암, 췌장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제로, 현재 임상 현장에서 표준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다.

대장암과 위암, 췌장암은 국내 암 발생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소화기 암종이다. 만성화와 고령화 추세가 맞물리면서 장기 치료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한독은 이번 사노피 핵심 품목 확보를 통해 국내 항암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내년 항암제 사업 매출을 약 690억 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독은 최근 수년간 항암 영역에서 전략적 확장과 연구개발 중심 혁신을 병행하며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담도암, 위암, 항문암 등 소화기계 암을 축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며 특정 치료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선명하게 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도입하는 동시에, 국내외 바이오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해 가는 방식이다.
대표 사례가 글로벌 바이오파마 기업 인사이트와의 협력이다. 한독은 2022년 인사이트와 담도암 치료제 페마자이레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DLBCL 치료제 민쥬비의 국내 허가 등록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에는 항문암 치료제 자이니즈에 대한 계약을 추가로 맺고 국내 허가를 준비 중이다. 페마자이레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으며,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자체 신약 개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독은 오픈이노베이션 R&D를 통해 개발 중인 담도암 치료제 HDB001A 토베시미그를 2027년 한독 자체 신약으로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토베시미그는 올해 4월 진행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3상에서 객관적반응률 ORR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한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ORR은 종양 크기 감소에 기반해 약효를 정량 평가하는 지표로, 항암제 개발의 핵심 평가 항목이다.
현재 전체생존기간 OS와 무진행생존기간 PFS 등 2차 평가변수 분석이 진행 중이다. 당초 올해 연말 발표를 목표로 했으나, 임상 기간 동안 사망 건수가 예상보다 적게 관찰되면서 통계적 분석을 위한 사건 수 도달 시점이 내년 1분기로 미뤄졌다. 개발사와 한독은 이를 환자 생존지표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최종 데이터는 추가 분석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암 영역에서는 이중타깃 항체 기반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한독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 중인 위암 치료제 ABL111 지바스토믹의 국내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지바스토믹의 임상 개발은 에이비엘바이오와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으로 수행 중이며, 내년 1분기 병용요법 임상 1b상 용량 확장 파트 톱라인 데이터 공개가 예정돼 있다. 초기 안전성과 항종양 활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나오는 구간으로, 한독의 향후 상용화 전략 설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항암제 시장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이미 다수의 표준요법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담도암과 같은 희귀암·난치암과 재발성 고위험 환자군을 겨냥한 신약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맞춰 한독은 도입 품목과 자체 개발 신약을 조합해, 대량 처방이 가능한 표준요법과 틈새를 공략하는 혁신요법을 동시에 갖춘 구조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수입품 위주의 단순 유통 모델을 넘어서, 임상 개발 리스크를 분담하고 장기 지분 가치를 쌓는 바이오 파트너십 모델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이다.
사노피와의 이번 엘록사틴·잘트랩 독점 계약은 한독이 수익성과 처방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동시에, 파이프라인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현금 창출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 국내 바이오벤처 사이를 잇는 허브 역할을 맡으며, 특정 암종에 집중된 종양 전문 제약사로의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셈이다. 소화기 암 영역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면, 향후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와의 병용 전략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여지도 커진다.
김영진 한독 회장은 한독이 향후 5년 안에 출시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항암제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적 항암제를 통해 암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도입 의약품과 자체 신약을 병행한 성장 전략을 이어갈 방침을 내놨다. 산업계는 엘록사틴과 잘트랩 도입을 계기로 한독이 설계한 항암 포트폴리오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토베시미그와 지바스토믹 등 오픈이노베이션 파이프라인이 상용화 단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