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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헌금 의혹 1억원”…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제명·김병기 징계 절차 착수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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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헌금 의혹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도덕성 논란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당 지도부가 강선우 의원을 제명하고 김병기 의원에 대해선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권의 국정 운영 동력과 6월 지방선거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2022년 지방선거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강선우 의원을 제명했다. 강 의원이 회의 직전 탈당을 선언했지만, 당 지도부는 관련 당규를 근거로 제명 징계를 의결하며 고강도 조치를 선택했다.

강선우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사흘 전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 측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였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고, 이 과정과 관련해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과 논의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이후 “공천 관련 어떠한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해 왔다.

 

그러나 강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며 당에 부담을 줄이겠다고 물러섰다. 그는 당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 “이미 당과 당원 여러분께 너무나도 많은 부담을 드렸고 더는 드릴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덕성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 전체로 번지는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긴급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 의원에 대해서는 탈당했으나 제명하고, 김 의원에 대해서는 최고위에 보고된 윤리감찰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신속한 징계 심판 결정 요청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 의원 제명 결정 배경에 대해 당규를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 당규 제18조와 제19조는 징계 절차 심사가 끝나기 전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징계 혐의자가 탈당할 경우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고, 이미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징계 사유 해당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 조항을 적용해 강 의원의 탈당을 징계 회피로 간주하고 제명 결정을 병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탈당 후 제명 조치를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8월 보좌관 명의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자진 탈당한 이춘석 의원에 대해서도 윤리 절차를 마무리하는 형태로 ‘탈당 의원 제명’을 결정한 바 있다. 당은 이번에도 유사한 선례를 상기시키며 강 의원 사건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김병기 의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위와 특혜 의혹에 더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로서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수수를 사실상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도덕성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가 커진 셈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의원 문제와 관련해 이미 당 차원의 윤리감찰단 조사 지시가 내려갔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달 25일 윤리감찰단에 김 의원 관련 비위 의혹 조사를 지시한 사실을 이날 뒤늦게 공개했다. 당 지도부가 내부 논란이 확산되기 전 선제적으로 감찰 절차에 착수했다는 점을 강조한 흐름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의 조사결과 보고서가 윤리심판원에 회부됐다”며 “윤리심판원이 김 의원에 대해 심판만 하는 게 아니라 조사도 함께 할 수 있어 본인의 소명, 조사가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리심판원이 감찰단 보고서를 토대로 추가 조사와 청문을 병행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란 의미다.

 

여권 내부에서는 도덕성 문제와 결부된 대형 악재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 약화는 물론, 6월 지방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가 사흘 만에 제명과 징계 절차를 동시에 의결한 속전속결 행보는 이러한 위기 인식을 반영한 조치로 읽힌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여권의 공천 헌금·비위 의혹은 향후 국회 정국에서도 야권 공세의 주요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병기 의원 징계 수위와 강선우 의원 사건 후속 수사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여당의 도덕성 프레임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명과 징계 절차 착수가 일단 불을 끄기 위한 조치가 될 수 있지만, 수사나 추가 폭로가 이어질 경우 되레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윤리심판원 판단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는 형식으로 정치적 부담을 분산할 것이란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윤리심판원 심리 결과에 따라 김병기 의원 징계 수위를 확정하고, 지방선거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 논의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강선우·김병기 의원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며 여야 도덕성 논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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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강선우#김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