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마트십 원격제어 상용화 속도…삼성중공업, 자율운항 기술력 앞세워 밸류 재평가 기대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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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십과 자율운항 기술 상용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조선업 대형주 삼성중공업 주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만 에버그린과의 원격제어 협력, 소재 국산화 연구 센터 설립 등 기술 성과가 이어지며 중장기 성장 기대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십 경쟁력이 향후 수주전 구도뿐 아니라 밸류에이션 재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2월 2일 장중 기준 삼성중공업 주가는 24,45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03% 상승 중이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2만4,000원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흐름을 보였다. 12월 1일 단기 조정 이후 2일 장중 반등에 나서며 5일 이동평균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고, 시장에서는 20일선 안착 여부를 단기 추세의 분수령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징주 분석] 스마트십 기술 선점… 삼성중공업 자율운항관련주 기술 경쟁력 부상
[특징주 분석] 스마트십 기술 선점… 삼성중공업 자율운항관련주 기술 경쟁력 부상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12월 1일 기준 외국인은 약 22만주를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19만주를 순매도했다. 최근 1주일 동안 외국인은 저점 매수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가 하단을 지지했고, 기관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상단을 제한하는 패턴을 반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시가총액 약 21조원으로 코스피 30위권 대형주에 속하며 상장주식수는 8억8,000만주 수준이다. 유통 물량이 많은 편이어서 단기 탄력은 다소 제약되지만, 체급에 걸맞은 실적 개선세가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종 업계인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비교할 때 영업이익 증가율은 견조한 편이고, 외국인 보유 비중은 약 30.9%로 HD한국조선해양에 이어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선 가격 매력이 부각된다. 삼성중공업의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1.21배 수준으로, 한화오션 2.54배, HD현대중공업 1.92배보다 낮다. 2024년 예상 영업이익은 5,027억 원, 2025년에는 8,700억 원 수준이 전망되며, 흑자 기조가 정착된 가운데 이익 성장률이 가팔라지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현재 증권사 컨센서스는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1,810원으로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저평가 구간으로 해석된다.

 

최근 주가를 움직인 가장 큰 재료는 대만 에버그린 본사 내 삼성 원격 운용센터 SROC 개소다. 조선사와 해운사가 공동 구축한 첫 육상 원격제어 센터로, 실시간 선박 정보 모니터링과 장비 상태 분석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췄다. 에버그린이 연계 선박 확대를 예고한 만큼, 삼성중공업의 스마트십과 자율운항 기술이 글로벌 해운사 운항 시스템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 경쟁력 강화와 향후 수주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소재 기술 내재화도 투자 포인트로 부상했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재료연구원 KIMS와 재료혁신연구센터를 공동 설립해 KC 2C LNG 화물창 소재, 초극저온 환경 소재, 원자력 관련 특수 소재 등 차세대 조선·해양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LNG 운반선이 한국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인 만큼, 초저온 소재 경쟁력은 글로벌 수주전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센터 출범으로 삼성중공업은 장기적으로 기술 우위와 환경 규제 대응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기술 중심 전략이 확인됐다. 회사는 부사장 4명, 상무 7명 등 총 12명을 승진시키며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역량과 FLNG EPC 수행 능력 강화에 무게를 뒀다. 기술·설계 분야 인사를 대거 중용한 점에 대해 시장에서는 조선 업황이 양적 회복을 넘어 질적 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반영한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비재무 요인이 주가 상단을 누르는 변수로 작용했다. 협력사 복지 기숙사 방치 논란과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의혹 등 ESG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가 일부 위축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업황과 기술 모멘텀에 비해 중장기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ESG 이슈가 반복될 경우 외국인 수급과 할인 요인으로 작동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조선업황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합병과 지배구조 변화가 상대적 밸류에이션 비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플랜트 섹터에서 자율운항과 스마트십 테마의 대표주 성격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SROC 개소는 선박 건조를 넘어 선박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주 흐름을 보면 기자재 업체보다는 기술 플랫폼을 보유한 대형 조선사에 수급이 쏠리는 양상이 관측된다.

 

경쟁사와 비교한 강점과 약점도 뚜렷하다. 삼성중공업은 한화오션 등 동종사 대비 낮은 PBR과 구체화된 원격 자율운항 기술력을 강점으로 가진다. 반면 한화오션 대비 낮은 자기자본이익률 ROE와 최근 불거진 노무 관련 잡음은 밸류에이션 재평가 속도를 조절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영업이익률 개선세가 분명해지면서 이러한 약점은 점진적으로 희석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단기 주가 흐름에 대해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는 가운데 2만4,000원 지지력을 확인하며 박스권 상단인 2만5,000원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선박 교체 사이클과 SROC 확장이 맞물리면서 3만원대 안착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2만4,000원대 분할 매수 전략과 함께 2만3,500원 이탈 시 단기 조정 심화 가능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거론된다.

 

투자자들은 최근 제기된 협력사 기숙사 논란과 이주노동자 관련 ESG 이슈가 단기 투자 심리에 미칠 파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해상 물동량 변화가 조선업 전반의 수주 모멘텀과 투자 심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향후 삼성중공업 주가 흐름은 스마트십·자율운항 상용화 성과와 친환경 선박 수주 실적, ESG 리스크 관리 수준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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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에버그린#스마트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