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부전 신속 평가 중요”…소아호흡모니터링, 디지털헬스 새 과제
소아 호흡부전 조기 발견을 겨냥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의료 현장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들은 숨이 차거나 가쁘더라도 증상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해 병원에 늦게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계는 코가 벌렁거리는 비익 호흡이나 갈비뼈 함몰 같은 위험 신호를 부모와 의료진이 더 빨리, 더 객관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IT 기반 모니터링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호흡부전은 산소 공급과 이산화탄소 배출 기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업계에서는 소아용 웨어러블 센서와 인공지능 분석 기술 도입이 “소아 응급의학 디지털 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흡부전은 폐가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거나 이산화탄소를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며, 폐렴 같은 감염성 질환이나 천식처럼 기도가 좁아지는 만성질환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이 경우 피 속 산소가 떨어지고 이산화탄소가 쌓이면서 숨이 가빠지고 호흡 패턴이 급격히 변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아이가 숨을 빨리 쉬거나, 힘을 줘서 깊게 들이마시는 모습, 쉬는 시간보다 누워 쉬려는 시간이 늘어나는 모습 등이 초기 단서가 된다. 여기에 코가 심하게 벌렁거리는 비익 호흡, 목 윗부분이나 갈비뼈 아래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흉벽 함몰, 평소와 다른 쌕쌕거림 같은 이상 호흡음이 겹치면 응급 중증도를 높게 본다.

최근 IT와 바이오 업계는 이러한 변화 신호를 센서와 알고리즘으로 수치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슴과 복부 움직임을 동시에 측정하는 가속도 센서, 피부에 부착하는 초소형 패치형 기기, 호흡음과 심박을 함께 수집하는 베이비 모니터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기계학습을 이용해 비정상 호흡 패턴을 자동 분류하고, 평소 데이터와 비교해 악화 조짐을 탐지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얹는 방식이 주로 검토되고 있다.
특히 소아에게 많이 쓰이는 비강 캐뉼라와 산소 마스크에도 센서를 결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산소 공급량 변화를 실시간 추적하면서 아이가 갑자기 빨리 쉬기 시작하는 시점을 조기에 포착하면, 응급실뿐 아니라 병동·가정에서의 악화 감시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기존에는 의료진의 시진과 청진에 크게 의존하던 영역이었지만, 연속 측정을 통해 객관 지표를 축적하면 호흡부전 위험 예측 정확도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국제 학술지에서 보고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소아 호흡모니터링 기술은 가정용 헬스케어 기기와 병원용 모니터링 시스템을 동시에 겨냥한다. 가정에서는 사각지대가 컸던 취침 시간 모니터링 수요가 크고, 병원에서는 응급실 대기와 일반 병동에서의 악화 조기 경보 수요가 뚜렷하다. 호흡기 감염이 증가하는 계절에는 소아 응급실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는 만큼, 중증도가 높은 아이를 먼저 찾아내는 디지털 트리아지 도구의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호흡 관련 디지털 솔루션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아 수면무호흡과 천식 관리용 웨어러블이 상용화돼 가정과 학교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은 스마트폰 마이크로 아이의 기침 소리와 숨소리를 분석해 폐렴이나 천식 악화 가능성을 추정하는 앱을 개발해 임상 검증을 진행 중이다. 구글 딥마인드 계열 연구진과 여러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은 호흡음의 스펙트럼을 고해상도로 분석해 기존 청진보다 더 미세한 패턴을 잡아내는 알고리즘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소아용 디지털 기기는 규제 문턱이 높은 편이다. 아이 건강 데이터의 민감성 때문에 각국 개인정보 규제가 엄격하며,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수준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입증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호흡 모니터링 패치와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형태로 심사하며, 실제 진단보조 기능을 내세울 경우 임상시험 데이터 제출이 요구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의료기기 규정과 미국 식품의약국의 디지털 헬스 가이드라인도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안전성 검증 범위를 넓게 잡는 추세다.
예방 전략과 디지털 기술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예방접종은 여전히 가장 비용 효율적인 호흡기 감염 예방 수단이다. 여기에 천식처럼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는 기관지 확장제 등 상비약 복용 이력과 디지털 모니터링 데이터를 연동하면, ‘약 사용 패턴 변화와 호흡 패턴 변화’를 한 번에 보는 위험 예측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통합 데이터가 향후 소아 정밀의료와 보험 연계 서비스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아 호흡모니터링 기술이 단기간에 모든 응급 상황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부모와 의료진이 위험 신호를 놓치는 비율을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과잉 알람으로 인한 불안과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이기 위한 알고리즘 보정과 윤리적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소아 맞춤형 센서 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분석 플랫폼이 실제 의료 현장과 가정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