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브레터가 남긴 추억”…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 1주기, 아시아 팬들 여전한 추모 물결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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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6일, 일본(Japan) 도쿄 시부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배우 고(故) 나카야마 미호의 1주기가 돌아왔다.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았던 대표적인 배우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지난 1년 동안 팬들 사이에서 긴 여운과 추모를 남겨 왔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나카야마 미호는 2024년 12월 6일 도쿄 시부야 구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연락이 닿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소속사 관계자가 자택을 찾았다가 고인을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속사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목욕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인한 익사”라는 결론을 내렸고, 범죄 연루 가능성은 부정했다.

나카야마 미호 인스타그램
나카야마 미호 인스타그램

일본 언론은 경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타살을 의심할 만한 외상이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고사에 무게를 실었다. 소속사 역시 공식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부검 결과 사건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인은 목욕 중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판명됐다”며 “소속사 관계자 모두 갑작스러운 일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소속사는 “지금까지 나카야마 미호를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메시지를 덧붙이며, 수십 년간 그를 지지해 온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 같은 조치는 일본 내 팬은 물론 한국과 중화권 등지의 관객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나카야마 미호는 1982년 연예계에 데뷔했으며, 1985년부터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80~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하며 드라마, 영화, 음악을 넘나드는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 왔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공연과 방송 출연을 지속해 온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부고는 일본 연예계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특히 1995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 일본을 넘어 아시아권에서 폭넓은 팬층을 확보했다. 작품 속에서 잔잔한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오겡끼 데스까”라는 대사를 유행시킨 그는, 한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일본 영화 붐을 이끈 상징적인 배우로 평가돼 왔다. 러브레터의 흥행은 양국 간 문화 교류 확대의 기폭제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본과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영화 속 장면과 포스터, 추억담을 공유하며 애도를 표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일본 대중문화를 처음 접하게 해 준 영화의 주인공이어서 더 각별하다”는 반응이 잇달았고, 일본 팬들은 데뷔 초반 음악 활동부터 최근 출연작까지 그의 활동 전반을 되돌아보며 추모 분위기를 이어 갔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1주기를 맞아 러브레터를 비롯한 대표작을 재조명하며 “한 시대를 장식한 배우의 이른 빈자리”를 다루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나카야마 미호는 1980년대 아이돌 문화와 1990년대 일본 영화 르네상스를 연결한 존재”라며 대중문화사적 의미를 짚었다. 한국 영화·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도 일본 영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러브레터와 나카야마 미호를 꼽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볼 때 나카야마 미호의 활동은 한·일 간 문화 교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일본 대중문화가 점진적으로 개방되던 시기에 러브레터는 한국 극장가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이후 일본 영화와 드라마, 음악이 국내에 소개되는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냉랭한 외교 관계 속에서도 대중문화 콘텐츠가 양국 국민 감정의 완충 역할을 해 왔다”고 분석하며, 나카야마 미호와 같은 배우들이 상징적 존재였다고 평가한다.

 

팬들은 고인의 1주기를 맞아 온라인을 중심으로 추모 메시지와 사진을 공유하며 기억을 이어 가고 있다. 일부 극장과 플랫폼에서는 러브레터 상영과 특집 편성 등을 통해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 특히 동아시아 대중문화 팬들 사이에서는 나카야마 미호가 남긴 작품과 이미지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팬들과 동료들이 “영원한 첫사랑의 얼굴”로 기억하는 나카야마 미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일본과 아시아 대중문화에 남긴 공백은 여전히 크다. 그의 1주기를 계기로, 생전 남긴 작품과 영향력이 앞으로도 어떻게 재평가될지 주목된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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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미호#러브레터#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