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당 하명 특검의 오세훈 죽이기”…오세훈, 여론조사비 대납 기소에 강력 반발

장예원 기자
입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둘러싸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면 충돌했다. 특검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오 시장을 재판에 넘기자, 오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의 하명을 받은 정치특검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오 시장은 1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자신을 불구속기소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더불어민주당 하명 특검의 오세훈 죽이기는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검의 결정을 “법과 양심을 저버린 정치적 기소”라고 규정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 시장은 “특검이 오늘 법과 양심을 저버리고 민주당 하명에 따라 정해진 기소를 강행했다”며 “사기범죄자 명태균의 거짓말뿐, 증거도 실체도 없이 공소유지가 힘든 사건에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기소 이유를 조각조각 꿰어맞췄다”고 주장했다. 특검 수사가 처음부터 자신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였다는 취지다.

 

그는 수사 과정의 경과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오 시장은 “1년 2개월 수사하고 제 휴대전화 8대를 포렌식 했지만, 직접 증거는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며 “제대로 된 증거가 단 하나도 없는 무리한 짜맞추기 기소이며 무죄가 예정된 기소”라고 강조했다. 장기간 강도 높은 수사에도 물증이 나오지 않았다고 재차 반박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의혹의 발단이 된 명태균 씨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명태균은 스스로 내가 오세훈을 어떻게 엮는지 보라고 말했다”며 “이는 민주당과 명태균이 한 몸이 돼 특검과 함께 오세훈 죽이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인사와 사기 전력이 있다고 지목한 인물이 결탁해 자신을 겨냥한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명 씨의 여론조사 자체가 허위였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명태균의 여론조사는 대부분 모든 것이 조작된 가짜였고, 이로 인해 명씨는 사기 범죄로 고소됐다”며 “이에 대한 특검의 수사 결과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무엇을 말해주나”라고 반문했다. 여론조사 조작 및 사기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다.

 

오 시장은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오세훈 죽이기 정치특검’이라는 국민적 의심은 사실이 됐고, 대한민국 사법권이 정적을 제거하는 숙청 도구로 전락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특검의 기소가 이재명 정권을 위한 상납 기소, 정치공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라며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은 반드시 심판받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앞서 오 시장이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며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오 시장은 2021년 1월부터 2월 사이 명 씨에게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부탁하고, 공표·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10차례 제공받는 대가로,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 비용 총 3300만원을 5차례에 걸쳐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후보자나 정당이 선거 관련 비용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제3자를 통한 우회 지원이나 불법 대납을 금지하고 있다. 특검은 오 시장과 김한정 씨 사이의 자금 흐름과 여론조사 의뢰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적해 기소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 내용과 법리 구성에 대한 특검의 상세 입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수사 초기부터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는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았고 결과를 전달받은 사실도 없다고 강조해 왔으며, 여론조사비와 관련한 대납 구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자신과 캠프가 활용했다는 여론조사가 실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사건의 본질이 정치공작과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 측의 공세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역공 형태로 전개돼 왔다. 그는 명 씨가 여론조사 없이 만들어낸 허위 데이터로 금전을 편취하고 국민의힘 선거 업무를 방해했다며, 명 씨와 관련자들을 사기, 사기미수,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12월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여권 유력 정치인이 수사 대상인 동시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중 구도의 공방이 형성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검의 기소로 여야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설치 과정에서부터 의혹 규명을 촉구해 왔고, 국민의힘은 조직적으로 특검을 민주당 하명 특검으로 규정하며 방어에 나선 바 있다. 향후 국회에서는 특검 수사 범위와 공정성을 둘러싼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시장이라는 전국 단위 정치인에 대한 기소인 만큼, 재판 과정은 내년 총선과 향후 대선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부가 특검과 오 시장 양측의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여론의 향배가 갈릴 수 있어서다. 야권 일각에서는 보수 지지층 결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중도층에는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반대 전망도 공존한다.

 

법원은 향후 공판 일정을 확정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검과 오 시장 측은 각각 물증과 증언을 토대로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와 법원의 판단을 놓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며, 국회는 재판 경과를 지켜보며 추가 특검 논의나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예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오세훈#민중기특별검사팀#명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