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핵심 광물 공급망 중요한 파트너"…이재명 대통령, 포괄적 동반자 관계 격상
초국가범죄 대응과 공급망 재편을 둘러싸고 한국과 라오스가 새 협력 축을 세웠다. 양국 정상이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 향후 30년을 겨냥한 전략 협력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을 공식 방문 중인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은 양자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이어진 오찬 순으로 진행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이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인프라, 핵심 광물, 기후변화 대응 등 미래지향적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상들은 최근 이른바 캄보디아 사태로 드러난 스캠 등 초국가범죄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는 형사사법 공조 조약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새로 체결했다. 또 주라오스 대한민국 대사관과 라오스 공안부 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치안 당국 간 논의 중인 경찰 협력 양해각서도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통룬 주석은 초국가범죄 대응과 관련해 “한국이 이미 상당한 노하우를 갖췄고, 이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한국 수사·치안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라오스 내 관련 범죄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경제 협력과 공급망 협력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라오스가 추진 중인 국제공항 개발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길 바란다며,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과 수자원 관리 등에서 호혜적 사업이 적극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과 오찬 모두발언에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라오스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룬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 개발, 재해 방지, 보건 등 분야에서 라오스 발전 과정에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불교 경구를 인용해 양국 관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좋은 도반을 만나는 것은 수행의 모든 것을 이룬 것과 같다”는 부처의 말을 소개하며 “한국과 라오스가 좋은 도반으로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이 개발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는 동반자로 함께 가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라오스의 중장기 발전 전략에 대한 지지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중위소득국에 진입하고, 내륙연계 국가로 발전한다는 라오스의 발전 비전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륙 국가임을 오히려 기회로 만든다는 측면이 대한민국이 반도 국가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과 닮았다”고 말해 개발 경험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통룬 주석의 어린 시절 경험도 화제로 올렸다. 그는 통룬 주석이 초등학교 시절 6킬로미터를 걸어 등교한 일화를 언급하며 “6킬로미터 걸어서 학교 다닌 건 저하고 많이 닮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정상은 이 대통령이 라오스어로 “컵짜이”라고 인사하고, 통룬 주석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통룬 주석은 한·라오스 관계 격상을 양국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양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격상으로 지난 30년간의 협력 성공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 30년간의 협력을 내다볼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통룬 주석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둔 한국의 개발 경험은 라오스에도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 사업이 라오스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라오스의 개발도상국 현실도 솔직히 언급했다. 통룬 주석은 “라오스는 현재 최빈개발도상국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개발 협력 확대와 민간 투자 유치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공조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며 라오스의 협력을 요청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통룬 주석은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관련 사안에서 건설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아세안 회원국인 라오스가 향후 역내 외교 무대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목소리를 낼 여지를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담을 통해 한·라오스 양국은 초국가범죄 대응, 공급망, 인프라, 개발 협력, 한반도 평화 등 다층적 의제를 포괄하는 동반자로 관계를 재정의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외교·개발·치안 당국 간 후속 협의를 통해 조약과 양해각서 이행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관련 분야 실무회의를 이어가며 형사사법 공조와 경제 협력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