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도 유튜브로 본다”…먹방 플랫폼, 디지털헬스 경계 허문 역풍
유튜브와 SNS가 먹방과 뷰티를 넘어 건강·의학 정보의 주요 경로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헬스 케어와 대중 예능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그러나 비의료인의 시술과 재택 진료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노출되면서, 플랫폼 기반 의료정보 생태계의 신뢰와 규제 공백이 동시에 도마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디지털헬스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맞물린 새로운 리스크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인기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은 최근 불법 의료 행위 의혹을 받는 이른바 주사이모에게 재택 진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연예계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이 알려진 직후,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하루 만에 176만명에서 173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건강관리와 체형, 식습관 등 정보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료 행위와 연계된 콘텐츠에 대한 신뢰 훼손이 곧 디지털헬스 콘텐츠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입짧은햇님은 공식 입장을 통해 이 인물을 지인의 소개로 강남구 한 병원에서 처음 만났고 당시에는 의사라고 믿고 진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바쁜 날에는 해당 인물이 자신의 자택으로 찾아와 진료를 해준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예약과 의료정보 소비를 넘어,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 일종의 비공식 방문 진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노출된 셈이다. 그는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한 판단을 자신의 불찰로 인정하며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 하차와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번 논란은 기존 디지털헬스케어가 추구하는 원격 모니터링과 합법적 비대면 진료, 디지털치료제와는 다른 층위에서 발생했지만, 플랫폼을 통한 건강·의학 관련 행위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다. 원격의료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같은 IT 기반 헬스케어 기술은 식약처 인허가, 의사 면허, 의료법 등 여러 장치 속에서 관리되고 있다. 반면 인플루언서 개인 방송과 병원, 시술 네트워크가 뒤엉킨 회색지대는 감독과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사례는 기존 의료서비스와 IT 플랫폼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환자와 일반 소비자가 의료인과 비의료인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디지털헬스 업계가 강조해 온 장점은 데이터 기반 맞춤형 관리와 비대면 편의성인데, 이런 신뢰는 의료전문가 자격과 진료 공간, 처치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날 때에야 유지될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속에서는 하얀 가운, 병원 인테리어, 주사와 처방 등 시각적 요소만으로 의료 행위가 연출될 수 있어,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정보에 노출된 시청자가 실제 합법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서도 플랫폼 기반 의료·건강 콘텐츠의 통제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병원과 디지털헬스 기업들이 원격진료 앱과 연계된 채널을 통해 의사의 실명과 소속, 면허 정보를 명확히 고지한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는 의약품 처방, 침습적 처치 등을 홍보하는 콘텐츠에 대해 의료광고 규제와 연동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치료제와 원격의료 제도 논의가 진척되는 동안, 인플루언서와 비의료인의 의료 행위 연계에 대한 명확한 관리 체계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디지털헬스 확산 속도에 맞춰, 플랫폼상 의료·건강 관련 행위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와 인증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의료인 여부, 진료 장소 적법성, 시술 방법 등 핵심 정보를 시청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의료 신뢰 라벨’ 같은 제도적 장치가 검토 대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IT 기반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과 함께, 인플루언서 경제가 만든 회색지대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향후 산업 신뢰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결국 디지털헬스 기술과 예능형 콘텐츠가 뒤섞인 환경에서,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를 동시에 정비하는 균형감각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