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예산 역대 최대 24조원 확보”…정청래, 이재명에 공 넘기며 당정대 공조 부각
예산 정국의 온도가 호남으로 옮겨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년도 호남권 예산 24조원 확보를 앞세우며 광주로 내려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공조를 부각했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호평으로 화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지도부, 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는 10일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와 호남특위 성과보고회를 연이어 열고 내년도 호남권 국비 예산이 약 24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열린 첫 현장 최고위로,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겨냥해 예산 성과와 정부·여당 공조를 강조한 행보다.

이날 회의에는 정청래 대표를 비롯해 호남권 국회의원,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김관영 전라북도지사,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이른바 두둑해진 호남권 예산 내역이 공유됐고, 지역 사업별 배분 현황이 차례로 소개됐다.
성과보고를 맡은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은 내년도 호남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을 여러 차례 부각했다. 그는 “내년 호남권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 확보했는데 이렇게 시작해 2027년엔 사업 내용을 좀 더 발전시키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며 “지속가능한 미래성장동력 엔진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호남 예산을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중장기 성장 전략의 출발점으로 규정한 셈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특히 청년 유출 방지와 미래 산업 육성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호남 지역이 원했던 사업 중에서도 청년이 떠나지 않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예산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통 인프라뿐 아니라 첨단 산업과 생활·안전 분야를 골고루 챙겼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 인공지능 전환, 우주미래차, 사회기반시설 등 대형 프로젝트에 더해 5·18 민주화운동 관련 예산, 기초생활 및 안전 분야 예산이 고르게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광주를 국가 인공지능 모빌리티 중심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해 내년도 국비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며 “인공지능 모빌리티 시범 도시로 선정된 광주에서 내년부터 자율주행차 200대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가 이어질 때마다 회의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호남권 광역단체장들은 호평을 쏟아내며 당정대 협력에 힘을 실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평가했고,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라고 표현했다. 김관영 전라북도지사도 “초유의 역사 기록”이라고 치켜세웠다. 예산 성과를 이재명 정부 출범과 직결시키며 정치적 의미를 확장한 셈이다.
정청래 대표는 성과보고회 마무리 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전날 김병기 원내대표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과 가진 만찬 내용을 언급하며 당정대가 하나의 팀이라는 점을 거듭 상기시켰다. 정 대표는 “언론에서는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데 실제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다. 아무리 우리를 갈라놓으려 해도 우리는 찰떡궁합”이라고 말하며 야권과 일부 언론의 이간 구도를 겨냥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
정 대표는 호남 예산을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지 않겠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제가 대통령께 호남발전특위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지지와 격려, 응원이 있었기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 뒤 “제가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 제가 독자적으로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정대 원팀, 원보이스 조율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앞으로 호남 발전을 위한 성과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이재명 대통령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호남 예산을 매개로 이재명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단일대오를 과시하고, 동시에 내년부터 본격화될 국정 운영과 총선 국면을 대비하는 전략으로 본다. 특히 전통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여권 내부 갈등론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한편 국회 안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지역 간 형평성 논란과 재정 건전성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야권 일각에서는 특정 지역 쏠림과 선심성 사업을 문제 삼으며 추가 검증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여권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맞서고 있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내년에는 사업 집행 속도와 실질적인 지역 체감 효과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호남권 지자체와 중앙정부,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내년 정국과 총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관련 예산의 집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입법·예산 보완 여부를 놓고 향후 회기에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